‘곰팡이 소송’
2004-06-07 (월) 12:00:00
“집안 곰팡이탓 두통·천식등 고통”
비앙카 재거 소송… 베벌리선 승소
비앙카 재거. 저명한 인권 및 환경운동가다. 롤링스톤스의 리더인 록스타 믹 재거의 전 부인으로도 유명하다. 그런데 요즘 비앙카는 법정싸움으로 바쁘다. 20여년간의 사회운동 경력에서 법정투쟁엔 이골이 났지만 이번엔 경우가 좀 다르다. 그녀는 지금 자신이 살고있는 아파트의 주인을 상대로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이유가 독특하다. 바로 `곰팡이’ 때문이다. 뉴욕 맨해턴 팍 애비뉴의 고급 아파트에 살고 있는 비앙카는 집안에 서식하는 곰팡이 탓에 각종 질병에 시달렸다며 집주인에게 거액의 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월 4,600달러짜리 럭서리 맨션임에도 구석구석 곰팡이들이 번창하는 통에 두통, 기침에 신경계통 장애까지 얻었다는 것. 관련분야 의사뿐 아니라 환경전문가와 청소회사 관계자들까지 증인으로 불러놓고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려 애쓰고 있다.
희한한 `곰팡이 재판’에 또 하나의 사례가 있다. 베벌리힐스에 사는 에드 맥마흔은 지난달 끝난 재판에서 승소했다. 역시 주택 내에 서식하는 곰팡이 때문에 각종 질병에 시달렸다는 게 이유다. 건축주와 보험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이겨 무려 720만달러의 배상액에 합의를 이끌어냈다. 수년간 맥마흔 부부와 가정부 등이 두통과 피로에 시달리고 천식 등 호흡기 질환으로 고통받았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그동안 곰팡이가 건강에 직접적인 해악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은 입증된 적이 없었다. 건강보다는 집안 환경을 망치는 `미관 파괴범’쯤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앞서 두 법정 사례는 `건강 사범’으로서 곰팡이의 해악에 본격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와 관련 연방 약학연구소는 최근 실내 곰팡이가 실제로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곰팡이에 대한 연방 차원의 연구시도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연구소는 질병 인자로서 곰팡이의 심각성을 다각도로 연구분석했다. 그 결과 실내 곰팡이는 직접 접촉하지 않더라도 기침과 호흡곤란을 일으킬 수 있고 천식까지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호흡기가 약한 어린이들에게는 곰팡이뿐 아니라 곰팡이가 서식하는 습기찬 환경조차도 증상을 심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이번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곰팡이와 질병의 밀접한 역학관계를 밝혀내기 위해 본격적인 연구작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이 연구팀이 밝힌 곰팡이 제거 수칙은 의외로 간단하다. 우선 집안이나 건물에 물이 새는 것을 초기에 고치라는 것. 물기가 남으면 반드시 곰팡이가 생기기 때문이다. 또 항상 물기가 많은 샤워기, 워셔, 에어컨 등도 정기적인 건조 과정이 필요하다. 일단 곰팡이가 슬게 되면 빨리 제거하는 게 좋다. 번식속도가 워낙 빠른 탓이다. 일주일에 한번쯤은 집안의 습기찬 공간을 닦아내거나 말려주는 것도 중요하다.
<신복례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