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카란디루’(Carandiru) ★★★★½

2004-05-1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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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란디루’(Carandiru) ★★★★½

레이다 다이와 노 웨이가 교도소내서 결혼식을 올리고 있다.

연민의 눈으로 본 교도소 폭동 죄수들

교도소 영화 ‘거미여인의 키스’를 만든 브라질 감독 헥터 바벤코의 치열하게 사실적이며 폭력적이면서도 매우 부드러운 내면을 지닌 뛰어난 교도소 영화다. 내용은 실화. 브라질 상파울로의 초만원을 이룬 지극히 열악한 환경의 교도소 카란디루 내 죄수들의 일상과 1992년 10월 2일에 발생한 폭동 죄수들에 대한 대학살을 대담하게 거칠면서도 자비와 사랑과 돌봄의 마음으로 그렸다.
영화는 라틴아메리카 최대의 이 교도소에서 12년간 죄수들을 돌본 의사 드라우지오 바렐라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살인과 파괴와 질병과 악의와 복수 그리고 의리와 우정과 사랑을 죄수들의 과거 회상과 현재를 교차해가며 에피소드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감독은 흉악범들의 폭력과 사악함을 보여주면서 아울러 그들 내면의 인간성을 사랑과 연민의 마음으로 다루고 있다.
영화는 바렐라가 교도소 의사로 부임해 많은 죄수들을 직업인으로서 또 같은 인간으로서 돌보고 이해하는 과정을 거쳐 2002년 발생한 카란디루 대학살로 끝난다. 폭력이 판을 치는 영화로 많은 인물들이 나오지만 그 중 특히 감동적이요 아름다운 것은 키와 몸집이 큰 곱게 생긴 여장남자 레이디 다이와 서커스 광대 같은 키가 작은 노 웨이의 사랑. 둘의 교도소 내 결혼식 장면은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죄수들의 폭동은 교도소 내 축구대회 끝에 일어나는데 진압경찰에 의해 111명이 사살됐다. 그 중 85명은 감방 내에서 즉결처형식으로 사살됐다. 사건 이후 죄수들은 다른 곳으로 이감됐는데 카란디루는 2002년 폭파돼 지금은 공원으로 쓰이고 있다. 카란디루에서 직접 촬영한 충격적인 영화로 힘차고 강렬하면서도 인간적 터치가 가득한 훌륭한 작품이다. 포르투갈어에 영어대사. R. Sony Pictures Classics. 선셋5(323-848-3500), 모니카(310-394-9741), 타운센터(818-981-9811), 플레이하우스(626-844-6500), 어바인 타운센터(800-FANDANGO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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