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에이전트 일기

2004-05-1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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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일즈맨의 죽음(Death of a Salesman)


5월 첫째주 일요일 오후에 한 중년 남성이 오랜만에 시간을 내어서 어린 자녀 셋과 수영장에서 물장난을 치다가 심장마비로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그의 나이 41세였다. 이 사람은 같은 회사,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던 동료 에이전트였다.
누구에게나 적용이 되지만 그는 이 세상을 먼저 떠나기에 아까운 사람이었다. 매일 아침 8시에 출근하고 늦게까지 일하였으며, 시간이 있으면 사무실에 쓰레기 버리는 것과 청소를 솔선수범 하였다. 사우스베이에 사는 사람 치고 그 에이전트에게서 엽서, 메모지, 심지어는 최신 노래를 담은 CD를 안 받아본 적이 없을 것이다. 항상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하면서, 열심히 사는 모습이 남에게 본이 되었다. 그는 앞으로 열매를 많이 맺을 에이전트로 성장하고 있었다. 그런 그가 갑자기 우리를 떠난 것은 많은 사람에게 충격이 되었다.
하지만 젊은 에이전트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 것이 그가 처음은 아니다. 최근 몇년 사이에 사우스베이에서 만도 4명의 중년 에이전트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각자 건강상의 이유, 일의 환경 등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한 가지 사실은 부동산 에이전트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집을 몇 채 보여주고, 앉아서 아무 일도 안하고 돈을 버는 것이 부동산 에이전트가 아니다. 많은 수입을 가져오는 것 같지만, 그 한푼 한푼을 위해서 정말 끊임없이 노력을 해야 한다. 손님의 가장 큰 재산을 다루는 일, 특히 열 몇 가지의 서류 등을 완벽하게 점검하여 법적으로 하자가 없게 하는 일은 24시간 신경을 쓰게 하는 스트레스가 있다. 나는 부동산 업계처럼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없다. 하루 24시간, 거의 일주일에 7일을 일하는 사람들. 손님의 이익과 만족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 섬기는 정성. 하지만 일부의 손님들은 부동산 에이전트에 대해서 안 좋은 경험이 있고, 그 결과 에이전트들을 안 좋게 보고, 믿지 못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
어떤 에이전트가 이런 얘기를 했다.
“I’m a salesman. And I don’t like salesmen.”(나도 세일즈를 하지만, 나도 나에게 물건을 팔려는 세일즈맨들을 싫어한다.) 그러면서 예를 들었다. 백화점에 가서 두리번거리고 있으면 누가 와서 이렇게 묻는다. “What can I help you with?”(어떻게 도와 드릴까요?) 사실 이 말은 도와 준다는 말이 아니라 자신의 물건을 사라는 말이다. 그럴 때 우리는 100이면 99명은 이렇게 대답한다. “No, thanks. I’m just looking.”(괜찮습니다. 그냥 구경하는 중이에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세일즈맨에 방해받는 것을 싫어한다.
에이전트는 자신이 소속된 회사의 특정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다. 에이전트의 일은 다만 손님이 원하는 집을 찾는 일을 도와드리고, 손님의 집을 살 사람을 찾는 것을 도와 드리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에이전트가 파는 것은 집이 아니라 손님의 꿈과 미래이다. 그래서 특정한 물건을 파는 것보다 힘들고, 시간이 걸린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대부분의 손님들이 전문 지식을 가지고 있는 에이전트의 도움을 받으신다.
유명한 ‘세일스맨의 죽음’(Death of A Salesman)이라는 연극은 윌리 로맨이라는 노년의 세일즈맨이 세일즈맨으로서의 자부심과 권위를 지키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아들이 ‘a dime a dozen’(세상에 널려있는 것이 세일즈맨)이라고 할 때, 그는 자신은 세상에 널려있는 세일즈맨 중 하나가 아니라, 자신의 삶에서 최선을 다하는 개성 있는 세일즈맨이라고 한다. 먼저 간 그 에이전트도 이런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일했었다. 그 에이전트의 명복과 남아있는 유가족의 평안을 기원해 본다.

정학정<뉴스타 부동산> (310)619-1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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