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발렌틴’ (Valentin)★★★½

2004-05-0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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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틴’ (Valentin)★★★½

큰 안경을 낀 발렌틴이 영화를 보며 즐거워 하고 있다.

9세 소년 통해 본 어른들의 세계

감독 자신의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며 추억은 아름답다는 감상적인 얘기를 상냥하고 아름답고 또 가슴 흐뭇하니 묘사한 코미디 드라마. 아르헨티나 영화로 홀랜드와의 합작품. 2002년 작으로 스페인어에 영어자막. 홀랜드 영화제에서 알레한드로 아그레스티가 최우수 감독상을 받았다. 아름다운 어린 시절을 보냈던 모든 사람들에게 보편적 감동을 줄 작품인데 영화의 각본도 쓴 아그레스티가 회상하는 자전적 이야기의 시간대와 장소는 60년대 후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약간 사팔뜨기로 수퍼 사이즈 안경을 낀 아홉 살짜리 소년 발렌틴(로드리고 노야)은 나이에 걸맞지 않게 조숙한 아이로 다분히 철학적이다. 아버지가 여행하는 세일즈맨이어서 발렌틴은 자기를 사랑하지만 변덕이 심한 할머니(스페인의 베테런 스타 카르멘 마우라)와 함께 산다.
발렌틴은 자신의 주변 상황을 잘 받아들일 줄 아는 지혜를 가져 자신의 눈의 핸디캡과 아버지의 불같은 성격 등을 태연히 수용한다. 그는 또 똑똑하고 꾀가 많아 자신의 귀여운 소년 끼를 미끼로 여자들의 사랑을 얻어내는 기술도 지녔다. 그러나 발렌틴이 단 하나 이해할 수 없는 점은 왜 엄마가 집을 떠났는가 하는 것. 발렌틴은 이런 사정 때문에 어른들을 믿지 못하고 자기 가족의 문제를 풀 수 있는 사람은 자기 하나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발렌틴은 자기 집 건너편에 사는 사랑을 잃은 피아노 선생과 아버지의 아름다운 애인들이 제공하는 자기에 대한 관심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발렌틴이 왜 자기 엄마가 자기를 버렸을까 하고 그 까닭과 원인을 캐내 가면서 돌발적인 일들이 계속해 일어나고 마침내 이런 일들은 어린 발렌틴이 다룰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다. 그리고 영화는 전연 기대하지 않았던 결론을 맺으면서 우리에게 발렌틴은 아직도 소년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우아하고 매력적이요 때론 매우 우스운 영화로 감상성을 배제한 감정 가득한 작품이다. 자기 주위의 어른들에 의해 밀려나기를 거부하는 소년의 자아 존중의 이야기로 또래 소년들을 가진 부모들에게 아들들과 함께 보기를 권한다. PG-13. Miramax. 그로브(323-692-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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