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황혼 사무라이’(The Twilight Samurai)★★★★

2004-04-3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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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 사무라이’(The Twilight Samurai)★★★★

세이베이(왼쪽)와 요고가 목검대 진검 결투를 하고 있다.

가족사랑·로맨스 곁들여 사유하는 사무라이영화

명상하고 사유하는 사무라이 영화로 내용과 촬영과 연기가 모두 유유자적하듯이 아름답다. 유혈 칼부림을 기대하는 팬들에게는 다소 부담감이 느껴지도록 진행 속도가 느린 철학적 사무라이 영화다.
‘반-사무라이’(Anti-Samurai) 영화라고 불러야 될 대사와 분위기와 연기 위주의 작품이어서 어느 정도 나른한 기분이 들기는 하지만 깊이와 미를 고루 갖춘 훌륭한 작품이다. 특히 영화는 가족 사랑을 강조하고 있는데 가족사랑 외에도 은근한 성인남녀의 로맨스도 보기에 아름답다. 영화를 감독한 요지 야마다(71)는 무려 48편의 시리즈를 낸 떠돌이 행상의 드라마 ‘토라-산’을 만든 사람으로 이 영화가 그의 첫번째 사무라이 영화다. 올해 오스카 외국어 영화상 후보작.
일본 북동부의 한 작은 마을을 지배하는 우나사카파에 속한 과묵한 하급사무라이 세이베이(히로유키 사나다)는 가난한 홀아비. 장부정리 일이 끝나면 곧바로 귀가해 어린 두 딸과 망령이 난 노모를 돌보느라 동료들의 술 한잔 제의를 매번 거절한다. 그래서 동료들은 그를 한물 간 사무라이는 뜻의 ‘황혼 사무라이’라고 부르며 비웃는다.
세이베이의 변함 없는 삶은 포악한 남편과 이혼하고 친정에 돌아온 세이베이의 어릴 적 친구의 여동생 토모에(리에 미야자와)로 인해 잔물결을 일으킨다.
토모에는 거의 매일 같이 세이베이의 집에 들러 두 딸과 노모를 돌보며 엄마와 며느리 노릇을 자청한다. 그러나 세이베이는 가난 때문에 어릴 때부터 사랑해온 토모에에게 구혼을 하지 못한다.
영화에는 결투 장면이 두번 있는데 짧지만 전광석화처럼 빠르고 박력과 멋을 갖추었다. 처음은 진검을 휘두르는 토모에의 남편과 목검을 쓰는 세이베이의 대결. 이보다 훨씬 사납고 스타일 좋은 것은 오랜 대화 끝에 있는 세이베이의 목검대 새 영주를 섬기기 거부하는 가신 요고(민 다나카)의 진검 대결. 탐 크루즈 주연의 ‘마지막 사무라이’에도 나온 히로유키 사나다의 차분한 연기가 좋다.
성인용. Empire Pictures. 파빌리언(310-281-8223), 플레이하우스(626-844-6500), 타운센터(818-981-9811), 유니버시티 타운센터(949-854-8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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