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찐다고… 아침에 얼굴 붓는다는 걱정은 ‘약과’
밤 10시. 딱 출출할 때다. 피자가 가장 많이 팔린다는 시간대다. 라면도 괜찮다. 육포 안주 삼아 맥주 한 캔 쭉 들이켜도 나쁘진 않겠다. 그러나 이때 잊지 말아야 할게 있다. 먹고 나서 곧바로 누워서는 절대 안된다는 것이다. 비만 걱정이 아니다. 아침에 얼굴 붓는 걸 염려하는 것도 아니다. 살찌는 것보다 훨씬 무서운 `위산 역류’ 때문이다.
식도점막 염증 유발
출혈 궤양 후두염도
방치땐 세포전이로
식도암 가능성도
정확하게 말하면 `역류성 위식도 질환’(GERD)이다. 음식물을 소화하기 위해 분비된 위산이 역류해 식도에 각종 조직변화를 일으키는 병이다. 식도염의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다. 식도와 위 사이에는 강력한 괄약근이 있다. 음식물이 내려가는 순간을 제외하곤 입구를 꽉 닫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괄약근이 허술해지면 위산이나 십이지장의 분비액이 식도로 올라와 식도 점막에 염증 등을 일으킨다. 40대가 넘으면 더욱 빈번하게 나타난다. `구멍탈장’이라고 불리는 선천성 위장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특히 심한 경우가 많다.
주된 증상은 명치끝의 통증이다. 이 때문에 `가슴앓이’라고도 불린다. 심장질환으로 착각하고 병원을 찾았다가 느닷없이 식도염으로 진단 받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또 트림이 잦고 신물이 올라오기도 한다. 식도의 특성으로 인해 목이 쉬거나 갈라지고 목 속에 이물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GERD는 증상이 애매해 방치하기 쉽다. 하지만 합병증은 만만찮다. 위식도 협착, 출혈, 궤양 등이 올 수 있다. 천식이나 만성기침, 후두염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가장 무서운 것은 `바렛식도’다. 식도점막이 위산에 견디기 위해 세포전이를 통해 장 점막으로 변하는 현상이다. GERD환자 중 15% 가량에서 발생한다. 증상은 큰 차이가 없으나 바렛식도가 생기면 식도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치료법은 약물처방이 일반적이다. 제산제나 중화제를 주로 쓴다. 툼스나 미란타 등 중화제는 일반 마켓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잔탁이나 펩시드 같은 산 분비 억제제도 효과가 있다.
의사들이 가장 많이 처방하는 치료약은 PPI (proton pump inhibitors)로 불리는 위산 억제제다. H-2 차단제와 달리 히스타민 뿐 아니라 위산을 만드는 몸 속 메커니즘을 조절하는 효과가 크다. 일반적으로 약효도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위벽 일부를 떼어내 위식도 경계부분에 덮어 느슨해진 입구를 막는 수술법도 있다. 전신마취가 필요하지만 80∼90%의 완치율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생활습관을 고치라고 충고한다. 자주 조금씩 먹고 먹은 뒤엔 적어도 2시간은 눕지 않는 게 좋다. 잠자리에 들기 전 음식섭취가 치명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려먹기도 필수다. 기름기가 많거나 짜고 매운 음식, 술, 커피 등은 식도 괄약근의 압력을 떨어뜨려 위산 역류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꼽힌다.
잠잘 때 상체부분을 평소보다 15도 정도 높여주는 것도 예방법중의 하나다. 중력의 법칙으로 자연스럽게 위산이 위로 올라오는 것을 막는다. 이때 베개만 높이 쓰면 효과가 없고 오히려 머리와 목에 통증만 생길 수 있으니 조심해야한다.
<신복례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