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실미도’ (Silmido)★★★★(5개 만점)

2004-04-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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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미도’ (Silmido)★★★★(5개 만점)

특공대 훈련을 받는 설경구와 정재영(왼쪽)이 권투로 심심파적 하고 있다.

그들은 왜 청와대로 총부리를 돌렸나

북파부대 살인 병기 31명의 비극적 실화

과거 30여년간 공개된 비밀이었던 실미도 사건을 사정없이 힘차고 또 인간성과 유머를 알맞게 배합시켜 만든 강우석 감독(‘투 캅스’와 ‘공공의 적’)의 영화로 한국판 ‘더티 더즌’(Dirty Dozen)이다. 무차별 액션 영화로서는 보기 드물게 이야기와 인물들의 성격 묘사가 잘 개발됐고 구성이 꽉 짜여졌다. 영화를 보면서 다시 한번 분단 조국의 또 다른 비극을 절감하게 된다.
폭력과 욕설이 난무하면서도 감정적으로 매우 치열한데 1968년 1월 김신조의 북한 특공대가 남침하는 장면과 실미도로 차출된 흉악범 강인찬(설경구는 무슨 역을 맡아도 잘 한다)의 범행을 교차 묘사한 첫 부분부터 강한 흡인력을 행사한다.
박정희 정권은 북에 대한 보복을 위해 인천 앞바다의 실미도에 훈련소를 마련하고 31명의 흉악범을 차출해 이들을 살인기계로 훈련시킨다. 김일성의 목을 따오라는 것이다.
훈련 소장은 실무적이고 강인하면서도 속으로는 인간적인 공군 소속 최재현 장군(안성기도 잘 한다). 영화 처음은 초점이 강인찬에게 맞추어지는데 그와 동료들은 끔찍하고 무자비한 훈련을 받는다. 혹독한 훈련 장면과 막사 내 동료간의 한가한 장면이 서로 균형을 맞춘다.
2년간의 훈련 끝에 특공대가 북으로 침투하기 직전, 남북 화해정책을 쓰기로 한 정권이 북침지시를 철회하면서 섬의 특공대원들은 창살 없는 감옥생활에 들어간다. 그리고 중앙정보부는 최 장군에게 특공대원들을 모두 제거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어느덧 정이 든 자신이 키운 죄수들을 자기 손으로 제거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 최 장군은 깊은 고뇌에 빠진다. 그와 함께 국가의 배신에 분노하는 사람이 특공 훈련을 맡은 조 상사(허준호도 잘 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배신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강인찬과 그의 동료들은 반란을 일으켜 섬의 기간병들을 모두 죽이고 버스를 탈취해 청와대로 향한다. 마지막 장면이 강렬하다.
설경구 외에도 그와 절친해지는 특공대원 한상필(정재영)과 코미디언처럼 웃음을 제공하는 원희(임원희)가 강약의 리듬을 제공하고 있다. 배우들의 연기가 좋다.
한국 외에 말타와 뉴질랜드 등지서 찍었다. 폭력과 욕설과 강간 장면 등이 있어 R등급(17세 미만 관람시 부모나 성인 동반요) 영화다. LA 페어팩스(323-655-4010), 토랜스 리걸 테라스 시네마(800-326-3264 #155), 세리토스 UA 갤럭시(800-326-3264 #499), 어바인 스펙트럼(800-326-3264 #140), 글렌데일 시네마(501 N. Or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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