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킬 빌 Vol. 2’ (Kill Bill Vol. 2)★★★★(5개 만점)

2004-04-1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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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 빌 Vol. 2’ (Kill Bill Vol. 2)★★★★(5개 만점)

과거 연인사이였던 빌과 신부가 최후의 사생결단을 하고 있다.

최후의 일전은 칼보다 대사로

스파게티 웨스턴에 쿵푸 가미한 타란티노 작품

작년에 개봉됐을 때 비록 만화적이긴 하나 유혈 살육이 범람해 비평가들의 큰 야단을 맞았던 ‘킬 빌 Vol. 1’의 계속되는 얘기다. 속편이 아니라 영화 전체가 만들다보니 너무 길어져 두개로 자른 것이다. 2편만 봐도 재미는 있지만(시작과 함께 흑백화면 속을 주인공 신부가 차를 타고 가면서 전편의 얘기를 과거 회상식으로 내레이션 한다) 먼저 것을 본 뒤 봐야 내용도 잘 알 수 있고 재미도 더 즐길 수 있다(Vol. 1이 최근 DVD와 VHS로 나왔다).
영화광으로 특히 쿵푸 영화를 매우 좋아하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작품인데 이번에는 스파게티 웨스턴(엔니오 모리 코네 스타일의 음악이 기막히게 멋있다)과 쿵푸 영화를 짬뽕했다. 사실 ‘킬 빌’은 온갖 남의 영화를 짜깁기 해 만든 사춘기용 액션 영화인데도 감독이 남의 것을 빌려다 독특한 제 나름대로의 스타일을 가미하는 솜씨가 좋아 알고도 선선히 속는 느낌을 갖게 된다. 영화는 역시 챕터로 나뉘어 진행된다.
무대는 미남서부와 멕시코. 결혼식 날 약혼자와 하객들과 함께 총 맞아 쓰러진 임산부 신부(우만 터만)는 전편에서 4년만에 깨어나 자신에게 총질을 한 두 암살객(비비카 A. 폭스와 루시 리우가 나왔다)을 죽여버렸다. 신부는 전직 ‘치명적 독사암살단’ 단원으로 그녀에 대한 처치령을 내린 자는 그녀의 애인이자 두목인 빌(TV 시리즈 ‘쿵푸’의 데이빗 캐라딘의 서글프면서도 무게 있는 연기가 일품). 이제 신부는 또 다른 두명의 암살자인 버드(마이클 맷슨)와 외눈 금발미녀 엘리(대릴 해나)를 처치한 뒤 마지막으로 빌에게 복수를 할 차례다.
그러나 먼저 사막 한복판에 찌그러진 트레일러에 사는 버드를 찾아간 신부는 오히려 그에게 당해 산채로 관속에 갇혀 매장된다(이때 와이드 스크린 화면이 갑자기 스탠다드 화면으로 바뀐다). 그러나 긴 백발과 하얀 수염에 하얀 눈썹을 하고 백의를 입은 쿵푸 도사 파이 메이(고든 리우)로부터 혹독한 무술과 생존술을 배운 신부는 지하에서 탈출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일종의 프리랜서 암살자인 버드는 엘리가 풀어놓은 독사에 물려 죽는다. 트레일러를 찾아 온 신부와 엘리가 비좁은 공간 안에서 고양이 싸움을 하는 모습이 두 거구의 금발미녀 아마존들의 주먹과 발길질 싸움 같아 신나고 보기도 좋다(영화 ‘007 위기일발’에서의 집시여인들의 싸움의 모방).
마침내 신부는 빌을 방문한다. 그리고 신부는 빌이 자기 딸을 키우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신부와 빌의 마지막 사생결단은 칼보다 대사로 진행되는데(치명적으로 로맨틱하다) 이 영화의 큰 장점은 신랄하고 위트와 유머 그리고 철학적이기까지 한 대사와 좋은 연기. 액션이 많으면서도 먼저 것보다 굉장히 순화된 감정적인 영화로 그야말로 쿨하다. R. Miramax.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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