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손님이 울고 집을 나가지 않게 하는 법’

2004-04-0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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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학정 <뉴스타 부동산>

잘 아는 백인 에이전트가 타주에서 이사 오는 부부에게 집을 보여 주게 되었다. 이 부부는 직장 때문에 이사를 해야 했다. 그 에이전트에게 이 부부를 소개해 준 사람이 그들이 찾는 집 등의 필요한 정보를 전해주고 마지막으로 한가지를 덧붙였다. 이 부부에게는 단 하나뿐인 어린 아들이 있었는데 몇주전에 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특히 아내가 몹시 힘들어 한다고 했다.
이 사실을 전해 들은 에이전트는 그 부부가 도착했을 때 반갑게 맞아 주면서도 아내의 얼굴에 깃들여진 어두운 그림자를 보았다. 살얼음을 걷듯 조심스럽지만, 그들에게 생기를 불어 넣어 주려고 최선을 다했다. 두 집을 보여 주었을 때 그 부부의 표정이 조금씩 밝아지는 것을 보았다. 보여 줄 집이 비어 있는 것이 예사이나, 그 다음 집에는 마침 집주인 여자가 있었다. 주인 여자는 자기 딴에는 친절을 베풀려고, 에이전트를 제쳐 놓고 자신이 직접 집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안내 도중 갑자기 손님 부부에게 자녀가 몇이 있느냐고 물었다. 에이전트가 그 질문을 막으려 했지만 이미 엎지러진 물이었다. 손님 아내가 얼굴이 하얗게 되면서 울면서 뛰어 나갔다. 남편이 뒤를 따라 나갔다. 어안이 벙벙해진 주인 여자를 남겨놓고 에이전트가 그 부부를 위로하기 위해서 쫓아 나갔다. 이 이야기를 들은 후, 나는 집을 보여줄 때 주인이 집에 있으면 대문 앞에서 내 명함을 주면서 이렇게 말한다.
“This is my card. Where can I find you when I have a question about the house?” (여기 제 명함이 있습니다. 어디에 계실지 알려 주십시오. 제가 질문이 있으면 그 곳으로 찾아 뵙죠.)
팔로스 버디스 집을 보여주러 가서 중국계 주인 남자에게 이 말을 했더니 슬그머니 자리를 비켜 주었다. 한 백인 주인 남자에게 카드를 주면서 이 말을 했더니, “Oh, You’Re Good” (잘 알았어요) 라고 이해를 해줬다. 그는 집을 다 돌아 볼 동안 나서지 않았다.
자신의 집에 대한 아쉬움과 자부심이 있어서 그 것을 보여 주려는 주인의 심정은 이해한다. 하지만 손님 입장에서는 자신 스스로 결정을 내리려는데 주인이 있으면 부담스러워 한다. 집을 팔려고 리스팅을 내어놓고, 손님이 와서 집을 볼 때에 주인은 될 수 있으면 집에 있지 않는 것이 좋다. 오픈 하우스를 할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손님의 집에 대한 필요뿐 아니라 정신적 필요까지 아는 에이전트가 손님을 보여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에이전트 또한 집을 보여준 후 손님 스스로가 결정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며칠 전에 백인 부부가 집을 보고 만족스러워 하는 것 같았다. 그들만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서 슬그머니 자리를 비켜 주려고 했더니, 마침 자기들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정중히 부탁을 했다. 5분 뒤에 나에게 다가와서 그 집을 사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들의 얼굴은 기쁨에 넘쳐있었다. 며칠 후에 에스크로가 끝나고 그들이 꿈에 그리던 집에 들어갈 날을 생각하면 이 부동산업처럼 보람된 일이 없는 것 같다.
(310)619-1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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