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현장에서> 세컨드 홈을 사야 하나

2004-03-1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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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한

우리 옆 집 메리할머니는 올해로 73세다.
이 백인 할머니는 46년전인 1958년 결혼 후 이 집을 처음 분양받아 지금껏
아들 내외와 함께 살고 있다. 10년전 은퇴했지만 지금도 일주일에 3일씩은 직접
운전하고 시니어 센터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등 건강하고 여유로운 노년을
보내고 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 주인도 이 할머니와 함께 거의 반평생을 이웃으로
살아오다가 5년전 지병으로 양로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자녀들이 이 집을
매물로 내놓게 된 것이다.
지난 2000년 2월 이 집의 에스크로 종료를 얼마 남겨놓지 않고 양로병원에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들이 이 집의 키를 건네주면서 어머니가 결혼 후 평생을 살며
자녀들을 양육했던 이 집의 새 오너가 된 것을 축하하며 행복하게 살기를
기원한다는 내용의 카드를 읽고 진한 감동과 함께 얼굴도 보지 못했던 이
할머니의 명목을 빌었던 기억이 난다.
이 두 할머니의 경우 우리들은 오리지널 홈 오너라고 말한다.
56년에서 58년에 조성된 우리 동네는 사이프레스와 라팔마 경계에 있어
교통이나 학군이 좋고 안전하며 무엇보다 주택가격이 비교적 저렴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그래서인지 필자가 이 곳으로 이사들어온 후 개인적으로만 한인 10가정에게
집을 찾아주는 등 한인 가정이 백인 다음으로 늘었다.
백인 일색이었던 이 곳에 한인 이민가정들이 하나 둘씩 자리잡는 것을 보는
오리지널 홈 오너들은 세월의 무상함을 느낄지도 모를 일이다.
비단 이 곳 뿐만 아니라 풀러튼, 라미라다, 사이프레스, 라팔마 등에 조성되는
새 주택단지의 입주자들은 단연 한인이 가장 많다.
바야흐로 한인들이 제 2세대 오리지널 홈 오너로서 자리잡는 추세인 셈이다.
부동산업계의 통계로 보면 보통 집을 옮기는 기간이 평균 3년에서 7년사이라고 한다.
필자도 이 집에 이사 들어온 후 최소한 15년은 살겠다는 생각으로 15년
고정이자율로 재융자 하고 7만여달러를 들여 그동안 집 증축과 리모델링을
했지만 결국 5년을 넘기지 못하고 4월 중순께 다른 집으로 이사한다.
지난 주 우리 집을 시장에 내놓을 때 오픈하우스는 생각지도 못하고 집 앞에
세일 사인도 꽂아놓지 않았다. 옆집 메리 할머니를 비롯해 그동안 좋은
이웃으로 살았던 사람들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어서였다.
그렇지만 4년동안 정성들여 가꾼 덕분으로 우리 집은 시세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3일만에 팔려 결국 이 동네 집 값을 올리는 데 일조를 했다는 사실은
이웃들에게 홈 오너로서 자긍심을 갖게 해 줄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의 한인 주택 매입 경향은 첫 주택을 사는 바이어보다는 집을 늘려가거나
현재 사는 집의 에쿼티를 활용, 세컨 홈을 사는 경우가 훨씬 많다.
더 큰 집, 더 좋은 동네로 옮기는 것이나 세컨 홈을 사는 추세는 부동산
활황기에 낮은 이자를 이용해 재산을 증식하는 한인들의 재테크 방법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지난 몇 년 사이 2번, 3번 집을 사고 팔거나 세컨 홈을 사 둔
손님들가운데는 홈 에쿼티를 감안할 때 수십만달러의 재산을 늘린 사례가 너무 많다.
15년이나 30년 고정이자율로 집을 사서 그 오랜 기간동안 원리금을 모두
갚아나가는 오리지널 홈 오너 방식이든 집을 팔고 사면서 또는 세컨홈을
이용해 재산을 늘리는 방식이든 나름대로의 장점과 단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주택시장을 놓고 보면 ‘크레딧 좋고 홈 에쿼티가 충분한 사람이
세컨 홈을 사놓거나 집을 늘리지 않으면 손해본다’는 말이 실감될 정도다.
도대체 언제까지 얼마나 주택경기의 활황이 이어질지는 어느 누구도 단언해줄
수 없지만 요즘의 주택시장은 정말 하루가 다를 정도로 달궈지고 있다.
(714)726-8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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