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콴타나모 베이의 억류자들

2003-11-2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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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동남부에 있는 콴타나모 베이는 쿠바 영토이다. 이 콴타나모가 비록 쿠바의 일부이고, 그리고 미국과 쿠바는 지난 수십년간 국교마저 없는 적성국이기는 하지만, 미국은 백년 넘게 이곳에 미국 해군기지를 두고 있다. 이 쿠바 영토에 미국 해군이 기지를 설치하는 것은 19세기 말로 미국은 1903년에 쿠바와 이곳에 해군기지를 설치한다는 조약을 정식으로 체결했다. 이윽고 1934년에는 이 조약을 갱신했다. 이 조약은 콴타나모를 미국의 해군기지 목적으로 리스 한다는 내용의 계약서인데, 문제는 미국이 리스기간을 영구적으로 묶어 두었다는 점이다.

콴타나모 베이는 미국 입장에서는 참 편리한 장소이다. 동서 냉전기였던 60년 초에는 이곳의 해군기지를 통해 소련과 가까웠던 쿠바를 견제할 수 있었다.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는 기회 있을 때마다 콴타나모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카스트로는 영구 계약이란 계약기간을 백년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미국은 이 말을 귀신 씨 나락 까먹는 소리라고 귓전으로 흘려듣고 있다.

현재 이 콴타나모에는 아프카니스탄 전쟁에서 붙잡힌 620명의 비정규 전투병들이 억류되어 있다. 전쟁이 끝난 지 벌써 2년이 지났지만, 이들이 언제 석방될 지 모른 채 붙잡혀 있는 것이다. 이들 중에는 아직 열다섯 살밖에 되지 않는 청소년도 있다니, 개인적으로 보면 여간 딱하지 않다. 이들은 국적을 놓고 보면, 캐나다,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40개국 사람들로, 이들 중 상당수는 미국의 우방국 국적을 갖고 있다. 아무튼 재판도 형기도 없이 억류되어 있는 이들은 자신들의 억류에 대해 항변할 아무런 수단을 갖고 있지 못한다. 미국 법원을 통해서 자신들의 억울함을 호소하기를 원하지만, 이것도 여의치 않다. 미국 법원을 통해서 어떤 소송 행위도 할 수 없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들 중 쿠웨이트 국적을 가진 12명 등 두 그룹의 억류자들은 억류 자체가 부당하다며 석방을 요구하는 인신보호영장(Writ of Habeas corpus)을 워싱턴 DC 소재 연방 지방법원에 제출했다. 억류자들의 패소로 끝난 이 케이스는 나중에 이 워싱턴 DC 소재 연방 항소법원에 상소를 했지만, 결과는 역시 이들의 패소로 끝났다.
이들 원고들은 미국 정부가 뚜렷한 죄목도 없이 자신들을 콴타나모에 억류하는 것은 미 수정헌법 5조가 보장하고 있는 공정 절차의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법원은 우선 콴타나모는 미국 영토가 아니고, 미국 영토가 아닌 곳에 억류되어 있는 외국인들은 미국 법원을 이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마디로 이곳에 있는 외국인에게는 미국의 사법 관할권이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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