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남가주 최대 사과농장 오크 글렌

2003-11-0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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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주 사상 최악의 산불로 인해 샌버나디노 국유림을 포함한 대부분의 남가주 산악지대의 입산이 금지되고 있는 가운데 산악지역에 있는 과일 농장들이 가을철 대목인데도 문을 열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특히 샌디에고카운티 사과의 도시인 줄리안을 비롯해 클리블랜드 국유림내 과일 농장 도시들인 파우마 밸리, 팔라, 버치 힐 등도 산불에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샌버나디노 국유림 산마루 샌고고니아산의 동남쪽 기슭에 있는 남가주 최대 사과농장 지대인 오크 글렌(Oak Glen)은 다행히 이번 산불을 피했다. 매년 가을철이 되면 남가주 일원의 일부 과수원들은 방문객들이 사과 등 과일을 직접 딸 수 있도록 과수원을 개방하고 있는데 올해의 경우 산불로 인해 개방하는 과수원들이 극히 소수이기 때문에 오크 글렌 지역은 주말이면 더욱 방문객들로 붐빌 전망이다.

LA에서 동쪽으로 1시간반 정도 거리에 있는 오크 글렌은 최근 갑자기 차가워진 산 기운으로 나무들이 노란색 단풍으로 물들면서 마치 뉴잉글랜드의 한 마을에 도착한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타운 북쪽 산 정상인 애로헤드나 빅베어 지역은 산불로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되면서 타운 전체가 ‘유령의 마을’로 변해버렸지만 이 곳은 사과 수확철을 맞아 온 마을이 축제 분위기에 젖어들었다. 아담하면서도 조용한 마을은 몰려드는 방문객들로 흥청거리며 몇 안 되는 식당과 상점 업주들은 오랜만의 호경기로 즐거워한다.

평상시에는 도저히 장사가 될 것 같지 않은 골동품 가게에도 물건을 고르는 고객들로 붐비고 마을 한편에 있는 조그만 동물원과 조랑말 타는 곳에는 주말이면 말타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이 제법 길어진다. 식당마다 정성스럽게 만들었다는 ‘홈메이드’ 애플 파이, 주스, 사이다가 넘치고 일부 유명한 과수원은 주차장이 없을 정도로 외부 차량들이 밀려든다.


오크 글렌에는 약 40여개의 기념품점을 비롯한 각종 가게가 있으며 베드 앤드 브랙퍼스트 등의 숙박업소와 캠핑장도 있다. 타운 중심부에 있는 오크 글렌 스쿨 하우스는 지난 1927년에 만들어진 교실 하나의 학교. 1957년까지 학교로 사용되어 오다가 지금은 박물관으로 방문객들을 맞고 있다. 이 지역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유명 관광지이다.

오크 글렌의 사과시즌은 10월 중순부터 시작돼 12월 중순까지인데 올해에는 다른 농장들이 문을 닫으면서 11월 말이면 모든 사과의 수확이 끝날 것이라고 이 지역에서 가장 큰 과수원을 운영하고 있는 라일리 과수원(Riley Farm & Orchard)의 짐 라일리 사장은 전했다. 라일리는 약 4,000만개의 사과가 이 곳에서 수확되는데 종류로는 벨라 비스타, 갈라, 매킨토시 등이 있으며 최근에는 동양 사람들이 좋아하는 푸지 사과도 재배한다며 사과를 재배하기로는 캘리포니아에서 최적지로 알려져 사과의 맛은 최고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라일리 과수원은 전형적인 미국의 농가를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주기적으로 남북전쟁을 재현하는 행사를 연다. 오는 11월19일~21일에도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남부군과 북부군이 필드에서 전쟁을 벌이는 행사가 방문객들을 즐겁게 한다. 입장료는 성인 15달러.

물론 라일리 과수원은 방문객이 직접 사과를 따는 곳으로 유명하다. 사과는 종류에 따라 파운드당 85센트에서 1.25달러까지이며 사과를 따러 밭으로 들어갈 때 타는 옛 포장마차도 인상적이다. 사과 외에도 산딸기와 배 그리고 호박도 직접 딸 수 있다. 방문객들이 직접 짜서 마시는 애플사이다가 인기다. 보기만 해도 입안에 군침이 돌만큼 빨갛게 잘 익은 사과를 아이들과 한알 한알 정성스럽게 따 광주리에 담아오면 맛있는 과실을 즐길 수 있음은 물론 농부들이 느끼는 수확의 기쁨도 함께 맛볼 수 있다.

과수원 개장시간은 매일 오전 10시~오후 5시이지만 주중에는 사정에 따라 시간이 유동적이므로 정확한 시간을 전화로 미리 알아보는 것이 좋다. 월요일은 문을 닫는다.

과수원 입구에 있는 상점에서는 이 곳에서 직접 만든 갖가지 과일과 잼, 주스, 애플 소스, 벌꿀 등을 구입할 수 있다. 주소 및 문의: 12253 S. Oak Glen Rd. (909)797-5145. www.rileysfarm.com

오크 글렌에 가는 길은 LA에서 10번 샌버나디노 프리웨이 이스트를 타고 가다 15번 프리웨이와 샌버나디노시를 지나치면 유카이파 블러버드(Yucaipa Bl.)가 나오면 내린다. 유카이파를 따라 동쪽으로 가면 오크 글렌 로드를 만나면 좌회전, 5마일 정도 북쪽으로 가면 과수원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라일리 과수원은 프리웨이에서 8마일 가량 떨어진 곳에 있다.


▲오크 글렌 과수원
△로스 리오스(Los Rios)
약 100년 동안 한 가족이 운영해 오고 있는 과수원. 이 곳 역시 포장마차로 과수원을 구경한다. 30여종의 사과를 직접 따서 구입할 수 있으며 오븐에서 갓 구워낸 따끈따끈한 사과 파이가 일품이다. 문의: (909)797-1005

△스노라인(Snowline)
과수원에 가면 오크 글랜에서 가장 오래된 110년된 밤나무를 만날 수 있다. 사과 외에도 애플 버터, 벌꿀, 말린 과일, 산딸기 등이 유명하다. 경치 좋은 피크닉 장소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1898년에 만들어진 과일 포장공장이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아침을 제공하는 여관이 있는데 방은 예약을 해야만 구할 수 있다. 주소 및 문의: 39400 Oak Glen Rd. (909)797-3415

△윌셔스 애플 셰드(Wilshire’s Apple Shed)
사과와 주스는 물론 골동품도 판매한다. 정오부터 오후 3시까지는 식당이 문을 여는데 각종 커피와 과일 케익이 유명하다. 주소 및 문의: 11925 S. Oak Glen Rd. (909)797-8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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