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종교이민, 악용해선 안 된다

2003-10-2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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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성직 종교관련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종교이민 프로그램이 2008년까지 연장 실시케 됐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영주권을 받는 한인이 많다는 점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우려도 적지 않다. 자격이 안 되는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을 영주권 취득의 편법, 탈법적 방편으로 악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내 한인 교회는 3,000개가 넘는다. 교회의 숫자가 이처럼 방대해지고 그 규모도 커지면서 목사 등 성직자는 물론이고 반주자, 행정요원 등 교회가 필요로 하는 전문 사역자 수도 날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91년 비성직 특별 종교이민 프로그램이 실시된 이후 매년 1,000명 이상의 한인이 이를 통해 영주권을 받아온 사실은 종교관련 전문 종사자 수요가 그만큼 많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연장 실시는 이 점에서 고무적이라는 생각이다.

문제는 부조리다. 종교이민을 둘러싼 부조리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어서 하는 말이다. 이 프로그램은 노동허가 취득과정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런 편의를 노려 너도, 나도 식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던 게 사실이다. 음악 공부를 하려고 미국에 왔다. 교회를 통하면 영주권 따기가 쉽다는 말을 듣는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영주권 신청을 한다. 공부는 물론 딴전이다. 이런 경우가 하나, 둘이 아니다. 심지어 무자격자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탈법적 방법으로 영주권을 취득하기도 했다.


더 기막힌 건 아예 영주권 장사에 나선 종교기관의 경우다. 한국서부터 웃돈을 받고 스폰서 역할을 하다가 들통이 나자 교회 간판을 바꿔 단다. 당초부터 영주권 장사를 목적으로 교회 직원으로 고용해 오히려 돈을 받는다. 일부 몰지각한 교회와 관련해 공공연히 나도는 이야기들이다. 이 같은 불법행위가 일부에서 만연되면서 이 프로그램은 부조리의 방편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게다가 일부 한인 교계는 영주권 신청과 관련, 탈법·편법의 온상인 양 비쳐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종교기관은 교회의 빛이 되어야 한다, 교회는 소금 역할을 해야 한다. 교회 내에서 불법, 탈법 행위가 공공연히 자행된다면 그 사회는 소망이 없는 사회다. 교회의 발전을 돕고 건강한 이민 커뮤니티를 이루도록 돕자는 게 이 프로그램의 취지다. 이 같은 제도를 악용해, 선을 악으로 갚는 행위가, 그것도 교회의 이름으로 자행되어서는 결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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