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크게 오른 집값 무리한 매입은 금물

2003-10-23 (목)
크게 작게
HSPACE=5

가격 상승으로 주택비 부담 가중
과도한 주택비지출 가정경제 위기

주택가격 상승은 집을 이미 갖고 있는 소유주 입장에서는 즐거운 일이지만 새로 집을 마련해야 하는 바이어 입장에서는 부담이 가중되는 셈이다.
모기지 이자율이 여전히 낮은 편이지만 지난 3년간 계속된 주택가격 앙등으로 새로 집을 장만해야할 경우 모기지 부담은 매우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라가는 집값을 따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바이어들은 많다. 구경만 하고 있다가는 도저히 집을 살 수 없을지 모른다는 조바심에다, 부부 둘이서 번다는 안도감에 약간의 무리는 어쩔 수 없다는 계산에서다. 하지만 재정전문가들은 집값이 크게 올라 있는 상황에서는 주택 매입시 이같은 심리를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과다한 모기지 지출로 인해 가정 경제가 취약해져 약간의 충격에도 큰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같은 시장에서 주택매입시 주의할 점을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원하는 학군내 싼 집을 구한다

그런 집은 얼마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젊은 부모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학교가 좋은 지역의 주택 공급은 항상 달린다.
좋은 학군에서 집을 겨우 구했다면 아마 오래된 낡은 집일 것이다. 또 원했던 것보다 훨씬 작고 볼품이 없을 것이다. 비싸게 샀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세월이 몇 년이나 남아 있기 때문에 집을 고쳐 가면서 살면 된다.
다음 번에 내 집을 사는 사람도 아마 비싸게 산다고 생각하면서도 사게 될 것이다. 좋은 학군에서는 집이 비싸도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주택비 지출 기준을 고수하라

크레딧카드나 자동차 페이먼트, 주택 모기지 페이먼트(원금 이자 보험 재산세 포함) 등 정규적인 부채상환 페이먼트가 월 총소득(세전)의 36%를 넘어서는 안된다. 그것도 ‘안정된’ 소득의 36% 이내여야 한다.
매입 주택 가격이 연소득의 2배반 이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기준도 좋은 잣대가 된다.
집값이 비싼 도시 지역이라면 이런 잣대를 들먹이면 농담한다고 코웃음을 칠 것이다. 실제로 신규 매입인 경우 집에만 소득의 35%내지 45%를 지출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퍼시픽 팔리세이즈에 거주하는 재정계획사 브렌트 케슬은 전한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다른 빚이 전혀 없고 비축해둔 현금이 많을 경우 주택비를 최대한 늘린 경우이므로 일반 바이어들은 주택비 지출 기준을 고수해야 안전하다.

▶안전망을 구축한다

부부 맞벌이에 맞춰서 집을 샀는데 둘 중 한 사람이 직장을 잃거나 죽어버린다면? 아이를 돌보기 위해 직장을 떠나야 하는 일이 생긴다면?
모기지 페이먼트는 스타벅스 커피 값을 아끼거나 외식 몇 끼를 줄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가정에서 목돈이 들어갈 곳은 다섯 군데. 주택 모기지와 자동차 페이먼트, 건강 보험료, 아이 교육비와 장래를 위한 저축이 그것인데 이런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씀씀이 헤픈 라이프 스타일은 버려야 한다. 헌 차를 타고 건강보험은 싼 HMO로 바꿔야 할 것이며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나 집에서 가능한 오래 버텨야 한다. 아이가 학교 갈 때를 대비해서 미리부터 좋은 동네로 이사할 필요가 없다. 이렇게 해야만 문제가 생겼을 때 숨 쉴 틈을 마련할 수 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저축도 없이 무리하게 집을 산다면 불행을 자초할 수 있다. 집을 소유한다는 것이 재정적으로 러시안 루울렛이 돼서는 곤란하지 않은가. 러시안 루울렛은 총알이 발사되지 않았을 경우에만 살아 있을 수 있다. 만약 총알이 발사된다면 모든 것이 끝이다.
좋은 집, 따라서 비싼 집을 살 때는 세금도 많고 보험료나 관리비도 많이 든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 주택 관리비만 해도 일년에 주택 가치의 1.5%내지 2%는 너끈히 든다.


또 비싼 동네로 가면 아이들이 동네 아이들과 키를 맞추기 위해 더 비싼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를지도 모른다.
집을 살 때는 아주 조심스럽게 재정계획을 세워야 한다. 두사람이 번다고 만심해서는 안된다. 한 사람이 벌어도 충당할 수 있을 정도로 가정의 고정적 경비 지출을 최대한으로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한 사람이 버는 것은 옷 사고 자동차 사고 노는데 쓰는 비용으로 남겨둘 수 있을 정도가 돼야 한다.
직장에서 해고되면 유흥비로 쓸 여유는 없어지겠지만 주택 모기지 페이먼트는 아무 지장 없이 낼 수 있다.

▶이자율에 도박을 걸지 말라

3-4%의 낮은 이자율에 혹해 2년짜리 단기 모기지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게 있는데 참으로 위험하다. 미끼로 내건 이자율은 정해진 기간이 지나면 쑥 올라간다. 그렇게 되면 모기지 월 페이먼트는 숨을 조이게 될 것이다.
한 집에서 5년 쯤은 살 계획이라면 미끼로 던지는 이런 이자율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모기지 이자율은 고정시켜 두는 것이 좋다.
고정 이자율을 택할 경우 매입할 수 있는 집의 규모가 작아진다면 그래도 할 수 없다. 작은 집을 사야 한다. 무리해서 집을 날리는 것보다 낫지 않은가.

▶아이를 갖지 않는 방법도 있다.

극단적인 방법이지만 어쨌든 아이를 갖지 않으면 좋은 학교 때문에 집값이 비싼 곳을 찾아 다녀야할 필요도 없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