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공자왈…’의 어제와 오늘

2003-10-2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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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대부분이 공자의 후손

중국에 공자의 후손들만 몰려 사는 ‘공씨 타운’이 있다. 산동성 제녕지방의 곡부시. 시민 50만명 중 공자의 후예가 10만명이나 되며 공자는 이곳에서 태어나 이곳에 묻혔다.

곡부 중심가에는 공자가 살던 집과 사당이 포함된 ‘공묘’라는 대성전이 있으며 북경의 자금성과 맞먹을 정도의 건축 규모다. 공자가 생전에 지금과 같은 으리으리한 궁궐에 살았는가 하면 그건 아니다. 그는 가난하게 태어나 죽을 때 방이 3개밖에 없는 집에서 임종을 맞았으며 시간이 흐르면서 왕들이 ‘공묘’에 찾아와 제사를 지내게 되자 건축물이 늘어나 궁전처럼 변한 것이다.


공자의 후손은 현재 82대까지 이어져 있으며 한국, 미국, 유럽 등 전세계에 400여만명이 흩어져 살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공자 후손들의 첫 해외이민 케이스가 고려라는 사실이다. 기록에 따르면 서기 1350년께 공자의 56대 손이 원나라 사신으로 고려에 갔다가 돌아오지 않고 현지에 눌러 앉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기자와 만난 공자의 75대 손 공상금씨(곡부시 관광국장)에 의하면 공자의 직계손은 공데쳉, 공데마오 남매이며 오빠는 대만, 누이동생은 중국국적을 가진 이산가족이다. 이들은 99년 11월 헤어진 지 40년만에 일본에서 감격적인 재회를 한 모양이다. 공자의 후손은 8대까지 외아들만 낳다가 9대째에 이르러 아들 3명을 낳은 후 자손 번식이 빨라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공자의 후손들은 술 잘 마시기로 이름나 있다. 삼국시절 위나라의 조조가 어느 싸움에서 식량을 아끼느라 술 담그는 것을 금지시키자 곡부 출신의 공융이라는 장수가 공자가 100잔의 술을 마시지 않았으면 어찌 성인 대열에 오를 수 있었으며 장수가 싸움터에서 술을 마시지 않으면 어찌 적과 싸울 수 있겠는가라고 탄원서를 올렸다가 조조의 분노를 사 죽을 뻔했다는 일화가 있다.

곡부에는 ‘공부가주’라는 명주가 있는데 고량주의 일종으로 98년 전국 양조경연대회서 일등을 차지했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모든 비즈니스가 술좌석에서 이루어지며 술 못하면 그만큼 출세속도가 느리다고 공씨들이 농담반 진담반으로 기자에게 곡부의 전통을 설명했다. 그래서 그런지 곡부 시내에는 식당이 넘쳐날 정도로 많다. 이곳 사람들의 대접을 받을 때 손님이 나는 술을 잘 못합니다하고 사양하면 좌석이 김빠진다는 것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공자는 누구인가.

그의 사상은 ‘예’(禮)를 강조하고 있다. 그럼 ‘예’란 무엇인가.
백성을 법으로만 다스리고 벌로 통제한다면 그들은 법에 걸리지 않으려고 머리를 쓰겠지만 수치심을 모르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을 덕으로 다스리고 예로 통제한다면 부끄러움을 알게돼 스스로 자신을 바로 잡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즉 법이 백개 있어도 소용없는 일이고 사람에게 사람되는 길을 가르치는 것이 나라를 잘 다스리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예’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오히려 ‘예’에 도달하지 못하게 된다고 했다. 또 그는 예를 지켜야 ‘인’(仁)에 도달할 수 있으며 ‘인’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했다.
공자사상의 핵심은 ‘논어’에 담겨져 있다. 논어는 사람을 제대로 사귀는 일은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에 속하며 남에게 기대하지 말고 먼저 베풀면 그것이 곧 ‘덕’이고 ‘덕’을 보이면 사람을 제대로 사귀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공자의 언어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는데 의미가 있다. 오늘 우리의 삶에서 공자를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예나 지금이나 공자는 ‘선생님’으로 떠받들어지는 것이다.

사진화보 - 유교 문화의 성전으로 부상한 산동성의 곡부
네사람건너 한사람이 공자집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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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 대성전 전경. 공자의 사당은 역대 왕들이 공자에게 제사를 지내면서 대궐로 변했다. <관광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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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후손은 세계각국에 약 400만명이다. 공씨 족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99년 가문대표들이 곡부에 모였다. 가운데 여성이 공자 77대 직계 후손인 공테마오 여사. 한국에도 후손들이 많다. <관광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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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부는 술과 요리가 유명하다. ‘공부가주’라는 고량주와 곰발바닥, 두부, 상어지느러미로 만든 공부요리는 알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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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75대손 공상금씨. 그는 현재 곡부시의 관광국장으로 있다. 곡부에서는 술을 못마시면 출세가 느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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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와 후손들이 묻혀 있는 공림. 직계손 10만여명이 이 울창한 숲에 매장되어 하나의 거대한 공원을 형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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