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더 줘도 제일 싼 집

2003-10-1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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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속담을 부동산업을 하면서 정말 실감한다. 내가 부동산 중개인이 된 10년 전에는 부동산이 풀릴 것 같지 않게 꽁꽁 얼어붙었다. 더구나 LA폭동에 지진까지 겹쳐 개인이 내놓은 집들은 거의 팔리지 않고 철수되기가 일쑤였다.

그 후 얼마 안 있어 집이 나오기 시작했다. 무수히 많이 나와 있는 집들을 매일 보러 다니는 부동산 중개업자인 내가 보기에도 싸고, 욕심나는 좋은 집들이 많이 있었다. 부동산이 불경기였던 그때에도 싸고 좋은 집들은 복수 오퍼가 들어왔다. 문제삼기 싫어하고, 까다로웠던 대출자들의 요구에 맞추는 전액 현금 오퍼(Full Cash Offer)도 싸다는 이유로 잘 나갔다. 그때 은행에서 나온 집들 중에는 기한 안에 최종 최고 오퍼(The Best and Final Offer)를 써서 내면 그중 제일 좋은 오퍼로 결정지어지는 HUD 프라퍼티가 많았다. 싸게 나온 대신 대부분 5,000∼1만달러를 더 주어야 했다.

한 5년 전부터 건축업자나 투자가들, 또는 집을 사려는 사람이 부쩍 늘면서 좋다고 찾아놓은 집들은 어김없이 복수오퍼였다.
더 주어도 제일 싼 집을 찾는 것이 관건이지 잘 찾아놓은 집에 몇천달러 더 주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몇천달러 더 주어도 내 손에 넣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몇천달러 더 주고라도 산 집들이 지금은 두 배, 세 배가 되었다면 그것이 무슨 큰 문제였을까? 지금 와서 ‘아, 그때 더 주고라도 샀어야 하는데…’ 하고 후회하면 무엇 하는가.
작년, 재작년 집 값이 너무 오르는 것 같다고, 부동산 불경기가 올 것이라고들 생각했는데, 아직까지 계속 상승세다.

올해는 판매자 마켓이었다. 부동산을 팔 계획이 있는 분들은 권하고 싶은 시기이다. 가격이 너무 비싼 집이 너무 잘 팔려 판매자가 안 팔겠다고 나오고, 유난히 좋다고 찾은 집들은 오퍼가 열 개를 넘는다.

부동산 경기가 어떻게 될 거라고 점치고 싶지는 않다. 그건 누구도 모르는 일이니까. 그러나 불경기, 호경기를 떠나 지금 이 시점에서 더 줘도 제일 싼 집을 찾아 내 것으로 만드는 승리자가 되자.

(818)385-0764, goldstarkathy@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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