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열세살’(Thirteen)★★★★(5개 만점)

2003-08-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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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딸 갑작스런 탈선에 속수무책


10대란 까닭 모르게 어수선하고 분노하며 또 울고불고 하다가 희열하는 시대다. 화약고와도 같은 10대의 이런 성장병에는 제대로 약도 없는데 가장 가까운 의사여야 할 부모들이 자기 자녀들의 열병에 대해 속수무책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이 영화는 이제 막 틴에 들어선 이혼녀의 딸이 갑자기 앓게 되는 성장병의 과정과 후유증 그리고 딸의 반항과 일탈에 대해 손을 못 쓰고 쩔쩔매는 엄마의 혼란을 극사실적으로 얘기한 훌륭한 드라마다.
영화로 데뷔한 여류감독 캐서린 하드웍과 영화의 한 주인공인 니키 리드가 13세 때 공동으로 각본을 썼는데 많은 부분이 니키의 실제 경험이어서 더욱 절실하니 현실감이 있다(니키는 지금은 15세). 10대 자녀를 둔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보기를 권한다.
LA의 자기 집에서 미장원을 차려 10대 남매를 먹여 살리는 이혼녀 멜라니(할리 헌터)는 아이들을 사랑하나 삶에 지쳐 있다. 이제 7학년이 된 트레이시(이반 레이철 우드)는 엄마 말을 잘 듣고 공부도 잘하는 착한 보통 학생.
트레이시는 삶이 자기 엄마와 자신에게 가하는 불공평한 처사와 엄마와 약물중독자였던 보잘것없는 젊은 남자 브레이디(제레미 시스토)와의 관계에 대해 깊은 불만감에 차 있다. 여기에 온갖 치장에 멋을 부리고 자유분방하게 생활하는 동급생들이 가하는 피어 프레셔에 시달리던 트레이시는 그야말로 하룻밤 새 돌연변이를 시도한다.
트레이시의 변화의 촉진제는 학교에서 가장 뜨거운 계집애 이비(니키 리드). 부모가 없는 이비는 늘 사랑에 목말라 있는데 자기를 우상처럼 여기는 트레이시를 꼭두각시처럼 조종하며 트레이시 가정의 한 구성원으로 파고든다. 트레이시는 이비와 함께 멜로즈로 샤핑을 다니면서 절도도 서슴지 않으며 배꼽과 혀에 피어싱을 하고 헤어스타일과 옷도 최신 10대 유행 스타일을 따르면서 과거에는 자기를 거들떠 보지도 않던 남학생들의 관심의 대상이 된다.
트레이시는 완전히 돌연변종이 돼 섹스와 드럭에 자해행위를 하는데 계속해 엄마를 속이며 엄마의 말이라면 무조건 악을 쓰며 거절한다. 멜라니는 이런 딸을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고뇌하고 울지만 트레이시의 일탈은 점점 더 심해진다.
10대들의 사고와 행동과 느낌 그리고 불안과 불만과 반항과 분노 등을 강렬하고 솔직하게 정면 충돌하듯이 그린 쓴 맛날 정도로 생생한 드라마로 요동하는 카메라가 사실감을 더욱 살린다. 배우들의 연기도 맹렬하다.
R. Fox. Searchlight. 모니카(310-394-9147), 선셋5(323-848-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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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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