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모래바람’(Sandstorm)★★★★

2003-08-0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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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우월-부패와 사우는
시골여인의 옹골찬 투혼

1992년 인도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윤간 당한 여인의 정의를 찾기 위한 몸부림을 사실적이요 격렬하게 그린 감동적인 인도영화다. 계급과 남성우월주의가 판을 치는 봉건사회 어느 곳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어서 아직도 그 잔재가 남아 있는 우리나라의 여인들에게는 남달리 가깝게 느껴질 것이다.

다른 볼리웃 영화와 달리 배우들이 말하다 말고 갑자기 노래하고 춤추지 않고 사실성을 극대화했다. 노래는 일종의 해설용으로만 쓰여졌다. 내용이 충실하고 극적 다변함이 있는 각본과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다채로운 원색들이 눈부신 컬러 촬영 등이 모두 좋은 재미 만점의 멜로 드라마다.



모래언덕들이 아름다운 라자스탄주의 깡촌에서 도자기를 만들어 파는 아름다운 산와리(난디타 다스)는 도시서 인력거를 모는 남편 소한(라구비르 야다브)과 두 남매 그리고 시부모를 정성껏 돌보는 평범한 시골 여자. 무식하나 자존심 강한 천민인 산와리는 돈이 필요해 아동결혼 등 아직도 인도 곳곳에서 시행되는 사회악 퇴치를 위한 정부기관의 고용원이 되면서 마을 양반 남자들의 눈에 가시가 된다. 그리고 마을 유지들인 이들이 산와리를 남편이 보는 앞에서 윤간하면서 그녀의 힘겨운 법정투쟁이 시작된다.

산와리는 자기를 지극히 사랑하는 남편의 격려와 함께 자기를 고용한 여권운동가의 도움을 받으며 먼저 윤간 사실을 동네 경찰서에 고발하나 천민 여자라는 이유로 서장으로부터 온갖 모욕과 조롱을 당한다.

산와리는 온갖 난관에도 굴하지 않고 사건을 법에 호소, 재판이 열리면서 미디어 서커스의 초점이 되고 아울러 이를 서로 자기들 목적에 이용하기 위해 여·야가 벌이는 정치 장기놀이의 말이 된다. 부패한 사법제도 때문에 산와리는 패소하고 현재 이 사건은 대법에 계류중으로 산와리는 지금까지도 정의를 찾고 있는 중이다.

부패한 경찰과 사법기관 그리고 남성우월주의와 봉건제도 및 정치적 기회주의의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끈질긴 생명력과 용기로서 자존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는 여인의 모습과 마음이 가엽다가도 그 불굴의 투혼에 고개가 숙여진다. 난디타 다스의 연기가 실팍하다. 성인용. 뮤직홀(310-274-6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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