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Seabiscuit ★★★★

2003-07-2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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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독의 승리 얘기는 늘 재미있고 정신을 고양시킨다. 언더독이 항상 끝에 가서 관중의 열광 속에 승리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목구멍에 무엇이 걸린 듯한 감동을 맛보곤 한다. ‘로키’가 그 좋은 예다.

이 영화도 언더독의 승리의 얘기로 주인공 언더독은 경주마 시비스킷이다. 경제공황 시대를 배경으로 한 실화로 원작은 로라 힐렌브랜드의 논픽션 베스트셀러. 경제공황 시대를 배경으로 3명의 불운한 사람들이 합심해 돌보고 조련한 ‘쓸데없는 말’ 시비스킷의 승리는 당시 집과 직장을 잃고 절망에 빠졌던 수많은 미국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었다.


영화는 시대 모습을 찍은 사진과 함께 내레이션으로 진행돼 복고조 사실감을 잘 살렸다. 영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털어도 먼지 하나 안 날 정도로 너무 깔끔해 깊은 정이 안 가나 무지막지한 폭력영화들이 판을 치는 여름에 시원한 청량제 같은 영화다.


영화가 시작돼 50분간은 세 주인공인 찰스 하워드(제프 브리지스)와 탐 스미스(크리스 쿠퍼)와 레드 폴라드(토비 매과이어)의 개인적 이야기가 서로 따로 묘사된다. 캘리포니아서 자동차 판매로 백만장자가 된 찰스는 불황 속에 어린 아들을 잃고 아내마저 떠나며 깊은 슬픔과 고뇌에 빠진다. 고독한 사나이 탐은 야생마를 잡으며 광야를 집으로 아는 ‘호스 위스퍼러’. 그리고 레드는 소년시절 부모형제와 떨어져 경주마 사육업자의 집에 맡겨져 자라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은 청년이다. 이렇게 모두 어둡고 울적한 배경을 지닌 세 사람이 만나는 곳은 금주령 시대 미국인들의 해외 유락장소인 티화나.

이들은 말 때문에 가족관계를 형성하는데 그 중에서도 찰스와 레드는 서로 잃어버린 아들과 아버지의 관계를 이룬다. 이들을 만나게 한 동기가 된 말은 모두들 아무 소용이 없다고 방기한 시비스킷.

어려서 엄마와 헤어진 시비스킷은 체구가 작으나 성질이 불같고 역시 자기를 둘러싼 세 사람들처럼 가슴에 상처를 지닌 말이다.

가슴에 상처를 가진 세 인간과 한 마리의 말이 의기 투합해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고 경주마다 승리하면서 전국적 뉴스거리가 된다. 그리고 찰스 등은 ‘세기의 경주’라 불린 동부의 명마 워 애드미랄과의 단 둘의 경주를 준비한다. 그런데 경주 얼마 전 레드가 사고로 다리가 부러진다. 병상의 레드는 찰스에게 불우한 옛날 자기에게 친절을 베푼 명기수 조지(게리 스티븐스-’폴 오브 페임’에 이름이 오른 진짜 기수)를 자기 대신 추천한다. 전미국이 라디오에 귀를 기울인 가운데 언더독 시비스킷(2대1로 약세)이 승리한다.

마지막은 둘 다 다리가 부러졌던 레드와 시비스킷의 샌타아니타 경마장에서의 승리로 장식된다. 잘 만든 단정한 영화지만 기복이 없고 너무 얌전한 게 흠. 게리 로스 감독.

PG-13. Universal.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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