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카리브해의 해적’★★★★½(5개 만점)

2003-07-1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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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골깃발과 칼싸움, 약탈한 금은보화와 납치, 위험에 빠진 미녀와 그녀를 구해주는 용감한 남자와 로맨스가 있는 전형적인 액션과 모험 가득한 해적영화로 신난다. 어른 아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오래간만에 보는 해적영화로 이번에는 전통 해적영화 내용에 살아 날뛰는 해골들이라는 초현실적 양념을 더 해 재미가 더 난다.


디즈니랜드의 동명인기 구경거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디즈니 최초의 PG-13(13세 미만 관람시 부모의 적극적 안내 필요)영화로 칼부림폭력이 다소 과격하나 어린아이들이 봐도 무난.
아주 멋쟁이 해적영화로 시각 스타일도 뽐 낼만 한데다가 얘기도 다양하고 많은 배우들의 모양과 연기도 일품이다. 액션에 유머와 위트를 충분히 혼합해 시종일관 웃으며 흥분하게 된다. 그리고 옛날 해적영화들인 ‘블러드 선장’과 ‘검은 수염 해적’및 ‘진홍의 도적’등의 장면을 흉내낸 것도 귀엽다. ‘흑진주의 저주’(The Curse of the Black Pearl)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록 그룹 롤링 스톤즈의 기타리스트 키스 리처즈처럼 짙은 눈 화장을 하고 머리에 구슬장식을 단 거지차림의 해적선장 잭(자니 뎁)이 자기 배의 돛대 꼭대기에 서서 카리브해의 영국령 포트 로열에 입항하는 첫 장면의 사이트 개그부터 우습고 재치 있다. 잭은 자기배 ‘흑진주’를 간교하고 잔인한 부하 바보사(제프리 러쉬)의 반란으로 빼앗긴 뒤 이 배의 회수가 제1의 목표.
그런데 바보사와 그의 졸개들이 포트 로열을 습격, 지사(조나산 프라이스)의 예쁘고 용감한 딸 엘리자베스(예쁜 키라 나이틀리가 씩씩한 연기를 한다)를 납치해 약탈한 금은보화를 숨겨 둔 무에르타(죽음)섬으로 도주한다. 바보사가 엘리자베스를 납치한 까닭은 그녀가 바보사와 그의 해적들이 만월의 달빛만 맞으면 죽을래야 죽을 수도 없는 살아있는 해골이 되는 영원한 저주를 풀어 줄 메달을 갖고 있기 때문(바그너의 오페라 ‘방황하는 홀랜드인’생각이 난다).


‘흑진주’의 뒤를 쫓는 것이 엘리자베스의 장래 약혼자로 함대사령관인 노링턴(잭 데이븐포트)의 초고속함 ‘인터셉터’를 훔쳐낸 잭과 엘리자베스의 어릴적부터 친구로 그녀를 사랑하는 대장장이 윌(올랜도 블룸)과 몇 명의 폐품같은 선원들. 그리고 이들 뒤를 쫓는 것은 노링턴이 지휘하는 전함 ‘던트리스’. 세 척의 배가 무에르타에서 만나면서 배와 배의 포격과 선상전투 그리고 좋은 해적과 나쁜 해적및 군인들 간의 요란한 칼싸움이 벌어진다.

특히 재미 있는 것은 달빛 속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할 때마다 해골이 됐다 인간이 됐다하는 해적들의 흉칙한 모양과 칼부림으로 특수효과가 일품이다. 몇 년 전 일련의 해적영화가 흥행서 참패한 적이 있는데 이 영화는 똑똑하고 행동감 넘치며 우습고 또 스타일도 좋은데다가 얘기도 보통 아기자기 하지 않아 성공하겠다.
좋은 연기들 중에서도 특히 자니 뎁의 약간 모자라는 듯 하면서도 술 취한 것 같은 연기가 재미있다. 고어 버빈스키감독.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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