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8일 후’(28 Days Later)★★★★

2003-06-2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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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공포영화의 효시라 할 수 있는 조지 로메로 감독의 ‘산송장의 밤‘(1968) 3부작의 피바다 판으로 눈뜨고 못 보게 폭력적이요 끔찍하고 잔인하다. 그러나 단순한 공포 스릴러의 범주를 넘어 다소 설교조이긴 하나 인간의 본성과 현대사회의 병폐 및 성경적 지구(인류) 종말의 경고까지 얘기한 드라마이기도 하다.



영화는 또 사납고 거칠고 에너지가 넘치는데 이런 날 것 같은 성질을 새카만 유머로 진정시키고 있다.
시각적 감각이 뛰어난 영국의 대니 보일 감독(‘트레인스파팅’)의 영화로 디지털 비디오 카메라를 손으로 들고 다니면서 찍으며 사실감을 극대화했다.

런던의 영장류를 실험대상으로 쓰는 연구소에 동물 애호가들이 침입, 침팬지들을 해방시킨다. 그런데 분노 바이러스에 감염된 침팬지들이 인간들을 공격하면서 장면은 그로부터 28일 후로 바뀐다.
런던의 병원에서 깨어난 짐(실리안 머피)은 시민들이 종적도 없이 사라진 거리를 헤맨다(인적과 소음 없고 휴지와 쓰레기만 있는 런던거리가 마치 저 세상 같은 기이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충혈 된 눈에 비명을 지르며 쏜살같이 달려드는 흉측한 모습의 산송장이나 다름없는 인간들로부터 짐을 구해주는 사람이 셀레나(네이오미 해리스)와 마크(노아 헌틀리).
둘은 짐에게 분노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이 런던 시민들을 모두 죽였으며 영국은 물론 전 세계 인류가 멸종됐는지도 모른다고 들려준다. 분노 바이러스는 피를 통해 전염돼(AIDS의 상징?) 인간을 포악한 살인괴물로 만든다.
짐과 셀레나는 또 다른 생존자인 프랭크(브렌단 글리슨)와 그의 틴에이저 딸 하나(미간 번스)와 함께 라디오에서 들은 대로 맨체스터에 있는 군부대를 찾아 차를 몬다.
맨체스터의 저택에 진을 친 헨리 소령(크리스토퍼 에클레스턴)등 9명의 군인들은 밤마다 산송장들의 공격을 받는다. 그리고 여기서 짐 일행은 그때까지 겪었던 것보다 더 끔찍한 공포를 경험하게 된다.
가공할 폭력 속에 감정적 휴식을 잘 섞어 넣었는데 연기들도 훌륭하다. 사스 공포가 채 가시지 않은 요즘 시의에 맞는 영화다. R. Fox Searchlight.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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