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사랑’ (Cet Amour-la)★★★★

2003-06-2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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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 사랑에 관한 아름다운 명상으로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영화인이요 정치평론가이자 수필가이며 또 각본가였던 마가렛 뒤라의 생의 마지막 장을 그렸다.

일종의 메이-디셈버 로맨스 영화로 인생 황혼기의 뒤라가 16년간을 사랑하고 다투고 토론했던 자기 아들 또래의 문학도 양 앙드레아의 관계를 그린 실화. 앙드레아의 자전적 소설이 원작인데 각본도 그가 썼다(공동집필).
전설적 사랑에 관한 근접한 관찰기요 한 탁월한 여인에게 바치는 송가인데 진행 속도가 다소 처지지만 아름다운 해변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작가와 뮤즈의 내밀하고 정열적인 관계가 주연 배우 잔느 모로의 탐스럽고 심오한 연기에 의해 관능적이며 시적으로 재현된다.



1980년 브르타뉴 해변 아파트에서 은퇴하다시피 한 채 혼자 포도주를 과음하며 사는 뒤라(모로) 앞에 새파랗게 젊은 양(아메릭 드마리니)이 불쑥 나타난다. 뒤라가 65세 때였다. 양은 뒤라 앞에 나타나기 5년 전부터 매주 5통의 편지를 계속해 보냈던 뒤라의 열렬한 팬.

뒤라와 양은 첫 눈에 서로에게 이끌려 동거를 시작한다. 양은 뒤라의 친구이자 제자요 타이피스트로 관계를 시작하는데 양이 여인의 연인이자 뮤즈가 되면서 펜을 놓다시피 했던 뒤라의 창작욕구가 폭발한다.
이 때 쓴 책 중 하나가 뒤라의 10대 때 경험을 쓴 ‘연인’(The Lover-이 책은 1992년 토니 륭과 제인 마치 주연의 소프트 코어 스타일의 영화로 만들어졌다).

매력적이며 정열적이요 생의 욕망으로 들끓는 뒤라는 이기적이고 또 자기 성찰로 고뇌하는 여자. 이것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양과 뒤라의 16년간의 삶은 그야말로 매순간을 완전히 사는 역사였다.

둘은 사랑하고 포도주 마시고 담배 피우고 싸우고 토론하고 웃고 분노하면서 서로를 자신의 다른 자아로 키우고 사랑하고 자극한다. 인간에 대한 정열이야말로 글을 쓰게 하는 원동력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영화가 다소 묵직하고 활력이 모자라나 모로가 음성과 미소와 제스처 그리고 표정과 시선으로 하는 연기가 압도적이다. 감독 조제 다이앙. 성인용. 뮤직홀(310-274-6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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