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헐크’(Hulk)★★★(5개 만점)

2003-06-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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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마선 쏘인 과학자가 초능력 거인으로

앙 리 감독이 왜 이러나. 마치 지능이 아직 완전히 발달 못한 어린아이가 장난감들을 마구 때려부수며 온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은 듯한 영화다. 과대하게 부푼 특수 효과의 탁류에 휘말려드는 기분인데 허풍이 너무 심해 맥이 다 빠질 지경.

앙 리는 ‘와호장룡’에서는 주윤발이를 높은 대나무 위에 올려놓고 칼 재주를 부리게 하더니 이번에는 초록색 거인 헐크를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꼭대기에 올려놓은 뒤 사격 표적으로 삼고 있다.




만화와 TV 시리즈로 잘 알려진 헐크는 빅 스크린으로 주소를 옮기면서 산에서 산으로 뛰어(날아)넘고 바다 속과 땅속에서 지상으로 솟아 나오고 날으는 미사일을 한 손으로 붙잡은 뒤 탄두를 이빨로 절단하는가 하면 미사일을 손으로 막아내기도 한다.

또 헐크는 수천발의 총알을 맞아도 끄떡 않는 불사신이요 수퍼맨이자 킹콩인데 탱크를 양철장난감처럼 한 손으로 찌그러뜨리기도 하고 초음속 제트기 등에 올라 타 창공으로 치솟는다.

버클리의 과학자 브루스 배너(에릭 배나)는 어두운 과거를 지녀 악몽에 시달리나 그 과거를 기억 못한다. 그를 옆에서 안타깝게 바라보는 여자가 동료 과학자이자 브루스의 애인인 베티(제니퍼 카넬리). 그런데 브루스는 어느 날 사고로 감마선을 몸에 맞으면서 초능력을 지닌 인간이 된다.

과거 브루스의 아버지(닉 놀티)는 유전인자 조작에 몰두한 과학자로 자기 몸을 실험대상으로 연구를 하다가 변형된 유전인자를 아들에게 물려준 것. 이 유전인자가 감마선을 맞으면서 브루스는 화가 나면 수퍼파워를 발휘하는 킹콩의 사돈의 팔촌 같은 초록색 거인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는 닥치는 대로 때려부순다.

이런 브루스를 잡으려고 혈안이 된 사람이 베티의 아버지인 육군대장 로스(샘 엘리욧). 그리고 또 다른 과학자 탤봇(조쉬 루카스)은 브루스의 유전인자를 뽑아내 거액을 벌기 위해 헐크를 추적한다.

앙 리의 영화여서 특수효과 액션 영화이면서도 드라마 부분이 상당히 긴데 특히 희랍 비극을 생각게 하는 부자 관계를 부각시켰다. 진행 속도가 느리다가 헐크의 난동부분에 와서는 요란하기 짝이 없는데 특수효과 장난이 지나쳐 헐크의 비극적 운명에 공감을 할 수가 없다. 액션장면 중 헐크와 유전인자가 조작된 개들과의 싸움과 괴물 헐크와 역시 거대한 괴물이 된 아버지와의 결투는 매우 조잡하다.

X-멘처럼 자기와 다른 것을 수용하고 관용하라는 얘기도 있는데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매우 어둡다. 상영시간도 너무 길다.

PG-13. Universal.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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