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메이트릭스 리로우디드’(The Matrix Reloaded)★★★★(5개만점)

2003-05-1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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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효과의 가공할 장난이요 최고급 확대판 비디오게임에 지나지 않는 공상과학 액션 스릴러인데도 기술적 탁월성에 압도당하게 된다. 마치 영화의 내용처럼 인간정신이 기계의 조작에 의해 점령당하는 식이다.


1999년 개봉돼 빅히트를 한 ‘메이트릭스’의 속편으로 감독은 래리와 앤디 와초우스키 형제. 속편은 모든 면에서 전편을 압도하는데 허풍도 가히 대륙적으로 확대돼 검은 선글라스를 낀 주인공 네오가 이번에는 하늘을 초고속으로 비행한다.

액션이 콩튀듯해 엉덩이가 절로 들썩여지는데 네오와 그의 연인 투사 트리니티가 적을 상대로 공중에 떠 주먹과 발길질을 하는 모습을 정지동작으로 잡은 촬영은 만화 같은 데도 멋있다.


인간보다 지능이 우수한 기계에 의해 인간들은 이 기계가 지어낸 컴퓨터 프로그램 가상현실을 사는 미래. 기계의 지배를 모면한 인간들은 지구속 자이언에서 숨막히는 지하생활을 한다.

인간을 기계로부터 해방시켜 줄 투사는 지휘관 모피어스(로렌스 피시번)와 그의 부하 네오(키아누 리브스)와 네오의 연인 트리니티(캐리-앤 모스). 이들이 신탁에 따라 근원으로 통하는 문의 열쇠를 소유한 납치상태의 키메이커(랜달 덕 김)를 빼내면서 이 영화의 최고의 액션장면인 장시간의 프리웨이 추격전이 벌어진다.

키메이커를 빼내 도주하는 트리니티와 모피어스의 뒤를 귀신처럼 사라졌다 재출몰하는 애프로 헤어스타일의 백변종 쌍둥이 악한과 전편에서 나온 에이전트 스미스들이 추격하면서 자행하는 액션은 터무니가 없는데도 혈기를 돋운다.

이와 함께 네오가 똑같이 생긴 100명의 검은색 정장을 한 스미스들과 아파트 뒷마당서 벌이는 결투장면 또한 흥분할 만하다(의아한 것은 네오나 스미스가 모두 검은 안경을 끼었는데도 액션 중에 안경이 안 떨어지는 것).
재미있는 영화지만 내용이 너무 복잡하고 또 공연히 영적 깊이를 갖추려한 점이 눈에 거슬린다. 철학적 액션 영화를 자처하는 셈인데 액션에 성경과 신화적 메시지까지 삽입했다.

신탁을 따라야 하는 네오는 인류 구원의 사명을 띤 예수인데 네오 예수는 이번엔 하늘까지 날면서 수퍼맨 노릇도 한다.
홍콩의 쿵푸 영화와 일본의 아니메 영향까지 받은 국적불명의 짬뽕 액션 영화이지만 여름철 킬링 타임용으로는 최적격. 제3편은 11월5일에 개봉된다. R. WB.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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