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막속 골프천국’ 피닉스

2003-04-30 (수)
크게 작게
그린피 두배 비싼 겨울에도 골프광 200만명 몰려

호호캄(Hohokam) 인디언이 황폐한 소노라 사막 가운데 오아시스를 발견하고 터전을 잡은 것이 인간 정착의 시초가 된 애리조나 피닉스는 도시의 젖줄인 솔트강(Salt River) 강변을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됐다. 미국에서 6번째로 큰 도시인데 주변 22개 위성도시의 인구를 포함해 325만명이 메트로폴리탄을 구성하고 있다.

LA에서 자동차로 6시간, 비행기로는 단 1시간 거리로 비교적 가깝지만 애리조나 명소인 그랜드캐년과 세도나에 비해서는 관광지로서의 명성이 높지 않은 곳이 바로 피닉스이기도 하다. 그러나 피닉스는 네바다의 라스베가스와 함께 미국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도시 중 하나로 그 인기가 날로 급상승하고 있으며 일년 내내 쾌청한 날씨와 특이한 지형 그리고 각종 아웃도어 레크리에이션이 풍성해 애리조나의 또 다른 관광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미주 최대의 골프여행지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골프장이 많은 도시로도 유명한데 무려 200여개에 달하는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하기 위해 연 200만명이 넘는 골프 관광객들이 피닉스를 찾는다. 골프장들과 함께 수많은 리조트 조성되면서 피닉스는 ‘리조트 카피털 오브 더 월드’(Resort Capital of the World)라는 이름도 붙여졌다.
희귀하기로 유명한 선인장 야생화가 한창인 와일드웨스트 카우보이의 도시 피닉스로 봄 여행을 떠났다.

청결·활력넘친 ‘태양의 계곡’

주말마다 야외축제-사막 식물원 볼만
김병현 홈구장 뱅크원 볼팍도 이곳에

애리조나는 그 중앙으로 넓은 사막을 안고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 가장 건조하기로 유명하다. 그저 황폐하기만 한 사막 가운데에 이름 그대로 불사조처럼 거대하게 그리고 돌연하게 자리한 도시가 피닉스이다. 태양의 계곡이라고도 불리기도 하는데 연평균 기온이 78도를 넘는다. 겨울이 되면 피한을 위해 동부와 북부의 관광객들이 몰려드는데 그래서 골프 라운딩 피가 팜스프링스와 마찬가지로 겨울에 비해 여름이 반 이상 저렴하다.

피닉스 관광은 캘리포니아에서 애리조나로 넘어가는 주경계를 지나서부터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같은 사막인데도 캘리포니아의 사막과 애리조나의 사막이 현저하게 다른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인장만해도 그렇다. 캘리포니아의 조슈아 트리는 굵은 가지가 뒤틀린 모양으로 마치 사막의 뜨거운 햇살에 고통을 호소하는 모습을 하고 있는 반면 주경계를 넘어서부터 갑자기 눈에 들어오는 애리조나의 선인장들은 우리가 어릴 적 서부영화에서 봤던, 땅 위로 곧바로 솟아 가지가 손을 흔들고 있는 바로 그 모습을 하고 있다. 선인장 꼭대기에 모자를 올리고 파이프만 물리면 영락없이 애리조나 카우보이가 된다. 지형도 그랜드캐년과 견줄 수는 없지만 풍화작용으로 산등성이가 직각으로 깎여진 고봉들이 멀리 드문드문 서있는 선인장 사이로 눈에 들어온다. 남가주와 같이 애리조나에도 노란색의 야생화가 길가로 듬뿍 피어 있어 장거리 운전의 지루함을 다소 달래준다.

피닉스의 첫 인상은 청결함과 에너지가 넘쳐나는 것이다. 여름에는 낮 최고 기온이 120도를 넘어선다지만 봄철인 지금은 75도 정도로 매우 쾌적하다.
피닉스의 관광은 다운타운부터 시작된다. 먼저 다이아몬드 백스 김병현 선수의 홈구장인 개폐식 야구장 뱅크원 볼팍이 다운타운에 있다. 외야에 수영장까지 있는 이 구장은 굳이 김병현 선수가 선발로 나서지 않더라도 한번 방문해 메이저리그 경기를 만끽하기 더없이 좋은 곳이다.

시청 건물들이 들어선 시빅 플라자 동쪽에 위치한 헤리티지 스퀘어(Heritage Square)는 피닉스의 역사와 문화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광장으로, 주변으로는 빅토리아풍의 건물, 100여년 전의 주택 및 박물관 등이 자리하고 있다. 많은 문화 유산이 있는 거리로 이곳을 돌아보면 마치 19세기의 한 타운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다운타운에는 2개의 대형 공원(Deck Park, Patriots Square Park)이 있는데 주말이면 각종 야외 공연과 축제가 열려 지역 주민들의 훌륭한 휴식처가 되고 있다.


다운타운 인근에 있는 허드 박물관(www.heard.org)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디언 소장품을 전시하고 있는 곳이다. 리칸 인디언들의 수공예품, 가구, 의류, 식기 등 네이티브 인디언과 관련된 일체의 자료와 문화재를 소장, 전시하고 있다. 매일 오전 9시~오후 5시 개장하면 입장료는 성인 7달러, 어린이 3달러. 주소 및 문의: 2301 N. Central Avenue Phoenix, AZ 85004-1323, (602)252-8848

다운타운에서 동쪽으로 5마일 거리에 있는 사막식물원(Desert Botanical Garden)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피닉스의 구경거리이다. 사막식물원으로는 세계 최대 수준인 이 곳은 6개의 섹션으로 나눠져 있다. 인디언들의 생활상을 그대로 재연시킨 소노란(Sonoran) 사막 섹션이 볼만하고 나비들의 생태계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전시관도 꼭 들려야 한다. 특히 어린이들과 함께 방문하기 좋은 곳으로 반나절 정도면 충분히 식물원을 답사할 수 있다.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오픈하면 입장료는 성인 7.50달러, 어린이 3.50달러. 주소 및 문의: 1201 N. Galvin Pkwy. (480)481-8124, www.dbg.org

다운타운 북쪽 스카츠데일(Scottsdale)에 있는 로하이드(Rawhide)는 옛날 서부개척 때의 거리 모습을 당시 그대로 재현해 놓은 위락시설이다. 이곳에는 역마차, 광산, 은행 등이 마치 영화의 세트장처럼 꾸며져 있다. 카우보이 총격전, 로데오 경기, 특산물 상점 등의 볼거리가 있고 구운 방울뱀 요리 등을 맛볼 수 있다. 스카츠데일의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중앙 통로는 올드 스카츠데일인데 이 길을 따라 북쪽으로 계속 올라가면 도착한다. 타운은 주중에는 오후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주말에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오픈 한다. 입장료는 무료. 주소 및 문의: 23023 North Scottsdale Road Scottsdale, Arizona 85255, (480)502-1880, www.rawhide.com

피닉스에는 이밖에도 이 곳의 ▲어린이회관 격으로 각종 과학 기물로 만들어진 놀이공원 애리조나 과학센터(www.azscience.org, 600 E. Washington St.), ▲미국 및 유럽 그리고 남미의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피닉스 미술관(1625 N. McDowell) ▲지금은 사라진 호호캄족이 살았던 터전으로 고대벽돌집 형태를 띠고 있는 페브로 그랜드 박물관 및 문화 팍(4619 E. Washington) 등의 박물관들이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다.

가는 길

LA에서 피닉스까지는 총 380마일로 자동차로 6시간 정도 걸린다. LA에서 10번 프리웨이 이스트를 타고 가면 그대로 피닉스 다운타운에 도착한다. 중간에 팜스프링스, 데저트 아웃릿, 패턴 장군 유적지, 콜로라도 리버 등의 관광명소가 있다. 애리조나는 캘리포니아에 비해 개스 가격이 저렴하다. 특히 주경계를 넘어서 나오는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LA에 비해 30센트 이상 저렴하다.

항공편은 사우스웨스트항공을 이용하면 LA~피닉스간의 왕복 티켓을 90달러 정도에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현지에서는 렌터카를 이용하면 된다. 도시계획이 잘되어 있기 때문에 운전하기가 수월하다.

<피닉스-백두현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