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도나 - 석양과 해돋이는 장관

2003-04-2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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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 주필의 테마여행

세도나에 가면 시내에서 10분 떨어진 보인톤 캐년에 ‘Enchantment’라는 호텔이 있다. 사방 붉은 돌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고 별장식으로 방 하나 하나가 독립되어 있는 리조트다. 이 호텔의 ‘야바파이’ 레스토랑은 360도 유리로 되어 있는데 해지기 30분 전에 식당의 커튼이 올라가면서 캐년의 절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지는 노을과 벽돌색의 돌산이 어울려져 마치 산이 불타는 것 같은 강렬한 붉은 색을 연출해 내는데 그 황홀함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바다의 석양과는 또 다른 맛이 있다.

‘슈그루 힐사이드 그릴’ ‘로즈벗 레스토랑’등 세도나에는 석양을 감상할 수 있는 식당이 여러 군데 있다. 음식 잘하기로는 ‘하트라인 카페’ ‘커피포트’ ‘주디스’ ‘카우보이 클럽’ ‘오차드 그릴’ 등이 있고 오믈렛 종류만 백가지가 넘는다는 ‘101 오믈렛’이라는 명물 식당도 있다. 세도나는 식도락가에게 어울리는 관광지다.


이 곳 호텔은 다른 도시와 전혀 다르다. 단층 별장식으로 되어 있는데 창문을 열면 눈에 들어오는 돌산과 계곡은 한 폭의 그림이다. 방마다 데코레이션이 달라 개성 있고(물론 값도 다르다) 아침식사도 방으로 날라다 준다. 방 값은 220~400달러. 좀 비싸지만 경치가 너무 좋아 돈 아까운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다. 모텔은 85~125달러 정도지만 창문을 열면 경치가 약해 싼 게 비지떡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언제 또다시 오랴. 부부가 이 곳에 왔을 경우는 절대 싸구려 모텔에 들어가지 말라는 충고를 하고 싶다.

아름다운 추억을 가지려면 돈 좀 쓸 각오를 해야지 애리조나의 세도나에 와서까지 모텔을 찾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다. 특히 결혼기념 여행을 하는 부부에게는 무드가 중요하기 때문에 호텔 선택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믿는다.

세도나는 고급스런 관광지다. 주마산간 식으로 지나치면 붉은 돌산 몇 개 보는 것으로 끝이다. 3박4일은 해야 세도나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다. 음식 좋고, 샤핑 할 곳 많고, 피닉스에서 2시간 거리밖에 안되고, 그랜드캐년도 부근에 있고(2시간 거리), 하이킹 코스로도 최적격이고, 골프장 많고 뛰어난 경치를 지닌 곳이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세도나’하면 갤러리다. 89A와 179번이 만나는 Y자 거리에는 30여개의 갤러리들이 몰려 있는데 이곳 구경 제대로 하려면 하루 걸린다. 가장 화려한 갤러리는 ‘Exposure’라는 곳이고, 대표적인 조각가는 클라이드 모건이다. 모건의 조각품 ‘선인장 꽃’(사진)은 인디언 여인이 애인이 갖다준 전리품 목걸이를 어루만지고 있는 모습으로 머리에 선인장 꽃을 달고 있다.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단학 수련원 ‘일지 명상센터’(마고가든)에는 한국민속촌이 건설중이고 업타운에는 최초 ‘천안 삼거리’(마고카페)라는 한국식 찻집까지 생겨났다. 서울에서는 여행사에서 ‘명상여행 코스’라 하여 세도나에 오는 프로그램이 인기인 모양이다.

세도나에서는 모든 건물의 높이와 색깔을 자연과 조화되도록 시에서 통제한다. 고층건물이 없고 집집마다 거튼만 올리면 그림 같은 경치가 펼쳐지는 세련된 관광지다.
하와이는 젊은 신혼부부에게 어울리고 세도나는 중년부부의 결혼기념 여행 목적지로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한다. 대신 주마산간은 금물이다. 최소한 세도나의 석양은 보아야 세도나를 관광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chul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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