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맞춤형 주택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내 집

2003-01-2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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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대로 만든 가족만의 공간

나와 내 가족만을 위해 설계된 집을 가져보는 것은 누구나 한번쯤 꿈꿔보는 희망이다. 가족의 특징과 생활 스타일을 고려해 이에 맞는 집을 직접 설계하거나 설계를 의뢰하고 건축업자들과 건축 계약을 맺어 공사가 끝나면 ‘맞춤형 주택’(Custom Home)이 탄생한다. 물론 설계와 시공단계에서 많은 비용이 들지만 여력이 있는 주택 바이어라면 한번 욕심 내볼 만하다.
집의 일부분을 바꾸는 것도 가족의 필요에 맞는 맞춤형 주택을 꾸미는 셈이지만, 욕심을 내 리모델링하거나 재건축하려면 가족의 특성과 예산 등을 고려해 알맞은 플랜을 그려줄 설계사가 필요하다. 건축가 데이빗 전(30)씨가 직접 설계해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샌타모니카의 집을 둘러보며 맞춤형 주택의 일례를 살펴본다.

건축가 데이빗 전씨가 직접 설계해 부모와 사는 집 엿보기


■프라이빗을 구분
샌타모니카의 조용한 주택가. 죽 늘어선 비슷한 느낌의 집 속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집이 있다. 투박한 시멘트 벽면이 거리를 향해 있으면서도 윗부분은 목재와 창으로 이뤄져 요새를 바라보는 듯한 기분의 집이 함부로 들어서기 어려운 폐쇄성을 느끼게 한다.
특히 집 정 중앙에 있는 육중해 보이는 스테인리스 철문은 이 집에 들어서는 사람들에게 더욱 낯선 느낌을 준다. 지나가던 사람들도 집 구경을 하기 위해 들르게 되는 이유다.
전씨는 “집은 또 다른 세상이다. 퍼블릭과 프라이빗을 구분하고 싶었다”고 콘크리트 벽면을 사용한 이유를 설명했다. 벽처럼 보이는 문이 열리는 순간 내부가 환하게 눈에 들어오기를 노린다는 것이다.
집 문을 열고 들어가면 조금은 휑하면서도 시야에 가리는 것이 없다. 사적인 공간이지만 가족들에게는 공동생활 공간이기 때문에 어느 곳에서도 잘 보이도록 설계돼 있고 유리문을 많이 이용했다.
1만4,000스퀘어피트의 넓은 대지 위에 지어진 이 집은 전체적으로 ‘ㄷ’자를 돌려놓은 모양인 셈이다. 앞부분은 2층으로 이뤄져 1층은 입구 및 부모님 방이며 2층은 전씨와 형이 함께 생활하는 공간이며 게스트 룸도 갖추고 있다.
뒷 부분은 부엌과 식당, 거실 등이며 이를 연결하는 중간 부분도 또한 거실인 셈이다. 실제 방은 4개로 많지 않지만 건평은 5,500스퀘어피트에 달한다.
■컨셉은 모더니티
전씨가 말하는 디자인 컨셉은 ‘모더니티’(modernity). 세련되면서도 군더더기가 없는 인상을 주는 다소 차가운 설계다. 여기에 동양적인 느낌을 가미하고 목재를 많이 이용해 자칫 차가워지기 쉬운 모더니티 디자인을 차분하고 따뜻하게 바꿨다.
특히 캘리포니아의 기후가 온화하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 집 내부와 외부의 구분을 없애는 데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일반 주택이라면 벽면으로 이뤄질 부분들이 거의 모두 유리의 면적을 최대화한 나무 창틀이나 문으로 돼 있다. 접히는 문을 열어놓으면 안뜰과 내부가 하나의 생활공간이 돼 버린다.
전씨가 가장 중점을 두었다는 부분은 부엌으로 바닥을 다른 곳보다 높게 설계해 어떤 방향으로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대신 다이닝룸과 TV룸은 한 계단씩 낮아진다.
1층에서 눈에 띄는 또 하나의 부분은 툇마루다. 마루의 문을 열고 정원을 보기 위해 나가면 시골집에서 보던 툇마루가 만들어져 있다. 여기에 앉아 석등이 있고 물고기가 노니는 인조 연못과 정원을 바라볼 수 있다.
■유명 건축가 설계비 만만찮아
1층 전씨의 부모 방은 화장실 바닥까지 모두 온돌이 깔려 있어 훈훈하다. 넓은 공간을 충분히 활용해 화장실의 문이 없지만 별 다른 불편이 없게끔 만들어져 있다.
1층은 공동생활 공간이지만 2층은 아파트처럼 지어져 있다. 2층 3개의 방은 각각의 독립성이 유지돼 전씨와 전씨의 형이 결혼을 하더라도 함께 사는데 지장이 없게 만들어졌다.
맞춤형 주택 설계비는 저렴한 회사를 이용할 경우 건축비의 7%, 일반적인 설계회사에 의뢰할 경우 10~15% 정도가 된다. 특히 유명한 건축가의 경우 20~25%를 받기 때문에 세상에 하나 뿐인 집을 갖기 위한 대가가 만만치는 않다.
전씨는 “많은 사람들이 적은 비용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집을 요구해 온다”면서 “예산이 많지 않을 경우 리모델링만으로도 가족을 위한 스위트 홈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내겐 가장 소중한 포트폴리오”
건축가 데이빗 전씨

건축가에겐 가장 중요한 포트폴리오 1호를 가족의 집으로 갖게된 전씨는 아버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새 집이 들어선 땅은 가족의 추억이 담긴 옛날 집이 있던 자리.
하버드 대학원 건축학과에 다니던 전씨가 98년 휴학을 하고 반년에 걸쳐 설계를 했고, 실제 건축도 2년 가까이 걸렸다.
집이 지어질 때부터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해서 완공 후에는 동네 사람들을 불러다가 파티도 했다.
학부를 UC버클리에서 마친 전씨는 지난 94년 당시 게티센터를 건축 중이던 유명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의 설계팀에서 함께 뛰기도 했으며 3년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일한 후에는 하버드 대학원으로 향했다.
최근 베니스비치에 스튜디오를 연 전씨에겐 아름다운 이 집은 자신의 재능을 선보일 수 있는 쇼룸인 셈이다.
(310)266-5700

<글·배형직 사진·홍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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