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밑지는 장사, 남는 장사’

2003-01-1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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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붕 밑의 대가족 시대가 사라지고, 핵가족의 시대로 변한 지가 오래 전 일이다. 처음에는 자식들이 부모의 눈치를 봐가면서 빠져나가 따로 분가하려는 통에 부모들이 무척 서운해하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오히려 자식들이 부모와 같이 한 집에서 살자거나, 자식들이 슬그머니 부모들이 살고 있는 동네로 이사 와서 살려고 한다. 그러면 부모들은 어쩔 수 없이 겉으로는 좋다고 하지만, 내심 한편으로는 “왜, 자식들 옆에서 다시 시집살이를 해야 하냐”는 식으로 한술 더 떠가면서 시큰둥해 하는 시대로 변한 것이다.

그렇다면 젊은 사람들이 왜 부모들과 같이 살겠다고 하는 걸까? 답은 하나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이다. 요즈음 젊은이들의 ‘꿩 먹고 알 먹고’식 계산법은 따라갈 수가 없다. 결혼해서 따로 분가해 재미있는 신혼생활을 처음 1∼3년 정도는 실컷 누리다가, 아이들 낳아 길러야 하고, 직장에도 나가 돈벌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다시 부모님에게 윙크를 하면서 옆으로 바짝 붙으려 하는 것이다.


사실 그것은 아이들이 어느 정도 성장하기까지의 육아과정과 학교에 보내고 픽업하는 등의 일들에서 자신의 시부모나 친정부모만큼 좋은 베이비시터와 차일드케어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며, 또 같이 살 동안 생활비를 절약해 가면서 돈을 모은 후에, 아이들이 적당히 크면 집을 장만하여 재분가를 할 때 목돈 마련의 해결까지도 다 이루겠다는 전략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참으로 똑똑한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무엇이 ‘남는 장사’인지를 파악하여 철저한 계획들을 세울 줄 알고 있다. 단지 부모들은 그저 몸이 닳아빠지도록 계속 퍼주는 사랑만 보일 뿐, 으레 그런 줄 알면서도 ‘밑지는 장사’를 하려 한다.

사실 대가족의 여러 세대가 모여 한 지붕 아래에서 재미있게 아옹다옹 살던 때가 그리 오래된 골동품은 아니다. 한국에서는 물론, 미국에 처음 이민하여 자리를 잡아가려는 많은 가정들에서도 그러한 다세대의 생활 패턴은 흔하게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그 기법들이 바로 지금의 젊은층들에게 꼭 들어맞는 계산법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는 것을 보면 골동품이 좋기는 한 모양이다. 즉 여러 가족들이 벌어들이는 인컴으로 월 생활비에 대한 직접 부담을 줄여나가고, 또 돈을 쉽게 모아나가는 이 방법을 통해 미국생활에서 빨리 자리를 잡아나가는 큰 방편으로 삼고 있으니 말이다. 지금도 많은 중국인들은 그런 방법으로 주택을 사고, 또 그런 방법으로 상가 건물들을 사들여 재산을 늘려가고 있다.

하여간 핵가족일 때는 10년이 걸릴 것을, 한 지붕 아래 다세대를 추구하는 이들의 자립은 3∼5년으로 바짝 단축해 나간다. 아마도 이 다음에는 그들도 그들의 부모들처럼 자신에게는 밑지는 장사를, 그들의 자녀들에게는 남는 장사를 시켜줄 똑같은 ‘사랑의 방식’을 틀림없이 지킬 것이라 본다.

연락처 (909)641-8949,

케니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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