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음 한구석 지워지지 않던 일

2003-01-0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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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을 돌아보면 마음 한구석에 지워지지 않는 일이 있다. 회사 에이전트와 고객과의 불편한 관계가 어떻게 마무리되었는지가 못내 궁금했던 터이다.

지난해 여름 한 고객이 우리 회사의 여성 에이전트 A의 안내로 주택을 찾아 계약을 마치고 에스크로를 오픈했다. 이틀 후 에스크로 서류에 사인을 하는 날이었다. 나는 우연히 그 고객이 사인을 하다말고 자리에서 없어진 광경을 목격했다. 그 에이전트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으니 그 고객은 그동안 다른 회사의 에이전트들을 통해서 집을 보러 다녔는데 어느 에이전트는 자기를 통해서 사면 냉장고를 하나 사주겠다고 약속했고 다른 에이전트는 현금으로 2,000 달러를 주기로 했다고 한다. 그러니 그에 상응하는 액수의 선물이나 현금을 주겠다고 약속을 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그 에이전트는 난데없는 요구에 말문을 못 열다가 점잖게 거절을 했고 손님은 사인을 하다말고 그냥 돌아갔다고 한다.


예전부터 간간이 들려오던 그런 소문이 우리 사무실에서 현실이 된 것이다.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큰 금액의 돈이나 선물을 제공하는 행위를 자칭 전문인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하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그런데 소위 ‘돈을 주고 고객을 사는’ 그런 류의 에이전트들이 그 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 알고 나면 그런 행위는 부끄러운 일 이전에 형사처벌을 받아야 되는 사기행각인 것이다. 모든 케이스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그런 에이전트들이 써먹는 방법은 이렇다.

고객의 융자를 자기와 관계 있는 론 오피서에게 맡기고 그 오피서는 어떤 구실을 잡아 이자율을 높인다. 정상적으로 받을 수 있는 이자율과 높게 받은 이자율의 차이에서 생기는 금액을 그 론 오피서는 융자기관으로부터 받아 챙긴다. 그 돈의 일부가 바로 부동산 에이전트에게 흘러 들어가 고객에게 약속한 대가를 주게 된다.

그 고객은 자신이 받을 수 있는 정상 이자보다 높은 이자율을 받았기 때문에 모기지 페이먼트가 많을 수밖에 없고 그 론을 갖고 있는 한 계속해서 손해를 보게 된다. 나는 A에게 이런 사례가 극소수지만 일어난다는 사실을 손님한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라고 일렀다. 거의 사라져 가는 악습이지만 아직도 한 구석에 잔존해 있는 사실이 못내 아쉽고 부끄러운 일이나 손님을 보호해야하는 우리들로서는 당연히 알려주어야 했다.

결국 그 손님은 에스크로 절차를 모두 마치고 마이 홈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과연 그 고객이 얼마나 이해를 했는지 그리고 지금도 그 A라는 에이전트와 우리 회사에 대해 아무 서운함 없이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지 퍽 궁금하다. 부동산 에이전트를 포함해 론 오피서, 에스크로 오피서 등 관련분야의 거의 모든 한인 전문인들이 경력으로 보나 실적으로 보나 미 주류사회에서 모범적인 그룹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양심적이지 못한 소수가 있을 수 없는 관행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고객들로부터 불신을 사고 있는 것이 못내 아쉽고 부끄러울 뿐이다.

새해에는 그러한 사건들이 말끔히 사라지고 믿음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관계가 정립되길 바란다. (626)786-4500

이동익
<센츄리 21 동부한국부동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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