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카고’(Chicago) ★★★★

2002-12-2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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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태워버린 관능의 선율
쇼의 세계 ‘그늘’신랄 풍자

작고한 안무가 밥 포시의 연출로 리바이벌 돼 빅히트한 동명 뮤지컬. 역시 안무가인 롭 마샬이 데뷔작으로 감독한 휘황찬란하기 짝이 없는 영화로 흥미진진하다. 음악은 존 캔더, 대사는 프레드 엡. 화면이 흥건할 정도로 열정과 욕정 그리고 욕망의 땀이 흐르고 또 육체의 광란하는 율동과 뜨거운 재즈선률 때문에 화면이 타버릴 듯이 화끈하다.

뜨겁고 화끈한 영화로 쇼 비즈니스의 세계를 사악할 정도로 어둡고 신랄하게 비판 풍자했다. ‘악명도 유명’이라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이용해 쇼 스타가 되려는 한 여인의 필사적 출세기를 과거와 현재 그리고 현실과 상상 사이를 오락가락 하며 물 흐르듯 막힘 없고 화려하게 그렸다.


금주령 시대인 1920년대 시카고. 쇼 세계 진출을 위해서라면 자기 몸마저 기꺼이 제공하는 가수 지망생 록시(르네 젤웨거)와 그녀의 우상이자 쇼 스타인 벨마(캐서린 제이타-존스)는 둘 다 남자 살인죄로 영창신세. 덩지가 큰 감방장 마마 모턴(퀸 라티파)의 보호아래 록시와 벨마는 옥중서 치열한 라이벌 대결을 한다. 겉으로는 천진난만하나 속은 음모와 배신과 유독성 유혹과 욕망으로 가득찬 록시는 세상 종말을 고하는 가짜 선지자 같은 명변호사 빌리(리처드 기어)를 고용, 자신의 악명을 유명으로 바꾸는 작업을 한다. 이런 록시에게 열광하는 것이 미디아.

영화는 록시가 감방과 법정과 쇼 무대를 오락가락 하면서 진행되는데 그녀의 감방 밖 얘기는 하나의 소망과 상상에 지나지 않는다. 록시의 상상에 따라 벨마와 빌리와 마마 등이 각각 춤추고 노래하며 마음껏 화면을 주름 잡는다. 살인과 악명과 미디아의 이런 것에 대한 집착 그리고 사법제도의 모순 등은 시대를 초월하는 토픽이어서 상당히 현실감이 강하다. 법정에서 빌리가 말하듯 “모든 것은 쇼”다.

춤과 노래와 배우들의 연기가 작렬하는데 작년에 나온 ‘물랑 루지’에 이은 또 하나의 걸작 뮤지컬이다. 열정과 힘이 가득한 영화로 가슴이 쿵쾅댈 정도로 흥분감을 만끽할 수 있다. “와우” 하는 감탄사가 나올 만하다. 배우들이 다 직접 노래하고 춤춘다.

PG-13. Miramax. 센추리 플라자 시네마(800-555-TELL), AMC 버뱅크14(818-953-9800), 패사디나 파세오14(626-568-8888), 어바인 21 메가플렉스(800-555-TELL)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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