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뉴욕의 갱들’(Gangs of New York) ★★★★(5개만점)

2002-12-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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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와 3각관계 대하 갱스터 서사극

격렬하고 격정적이며 유혈폭력이 난무하는 대하 갱스터 서사극으로 시종일관 시각과 감관을 흥분시킨다. 복수와 삼각관계의 멜로 드라마이기도 한데 내용과 액션과 규모가 ‘검투사’를 연상시킨다.

뉴요커로 자기 동네의 사납고 폭력적인 모습을 가차없이 묘사하는 마틴 스코르세이지 감독의 숙원의 작품. 만들 때부터 제작기간의 지연과 제작비의 앙등 그리고 배급사인 미라맥스의 하비 와인스틴 회장과 감독의 다툼 등 숱한 화제를 뿌린 영화다. 이야기와 연기와 촬영과 세트(이탈리아의 유서 깊은 치네치다 스튜디오서 찍었다) 등이 모두 뛰어난 영화로 흥미진진하지만 폭력이 과다해 체증에 걸릴 것 같고 상영시간(2시간45분)이 너무 긴 것이 결점.


1846년. 무질서와 폭력이 기승을 떨던 로우어 맨해턴의 갱의 온상인 화이브 포인츠. 아일랜드서 가난과 굶주림에 쫓겨 이민온 밸론(리암 니슨)이 이끄는 ‘죽은 토끼 갱’과 미국서 태어난 앵글로 갱 두목 백정 빌(대니얼 데이-루이스)이 이끄는 네이티비스트(이들은 아이리시들을 침입자라며 증오한다) 갱간의 살육전에서 밸론이 빌의 칼에 찔려 죽는다. 이를 바라보는 밸론의 어린 아들 앰스터댐. 이 싸움서 승리한 빌은 화이브 포인츠의 명실상부한 지도자가 돼 부패한 정치가 윌리엄(짐 브로드벤트)과 야합해 온 동네를 말아먹는다.

1863년. 16년간 소년원에 있던 앰스터댐(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이 풀려나 화이브 포인츠로 돌아온다. 이때도 이 동네는 찰스 디킨스의 소설의 무대처럼 살인과 좀도둑과 싸움과 약탈과 빈곤이 판을 치는 무법천지. 앰스터댐의 목표는 아버지에 대한 복수. 그는 이 목적을 위해 빌의 갱 세계로 들어가면서 빌의 신임과 사랑을 받는다.

한편 앰스터댐은 빌의 카리스마에 이끌려 둘은 부자지간처럼 되고 이로 인해 앰스터댐은 고뇌에 빠진다. 그리고 앰스터댐은 빌의 여인인 아름답고 독립적인 소매치기 제니(캐메론 디애스)를 사랑하게 되면서 앰스터댐과 빌간의 관계는 열기와 긴장감을 더해간다.

영화는 1863년 남북전쟁 징집에 반대, 가난한 시민들이 폭동을 일으키자 군이 투입돼 무자비한 진압을 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그리고 이 진압작전을 배경으로 아이리시들의 우두머리가 된 앰스터댐이 이끄는 ‘죽은 토끼 갱’과 빌이 이끄는 네이티비스트 갱간에 살육전이 벌어진다. 앰스터댐은 아버지가 살해된 자리에서 원수 빌과 맞선다.

뉴욕 갱 세계의 태동기이자 뉴욕 생성기로 스코르세이지가 뉴욕에 보내는 송가다. 일종의 뉴욕사 공부도 하는 셈. 디카프리오가 성숙된 모습을 보여주는데 올해 LA 영화비평가협회에 의해 최우수 남우(‘슈미트에 관하여’의 잭 니콜슨과 타이)로 뽑힌 데이-루이스의 연기가 활화산 같다.
R.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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