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딸과 함께 솔향기 맡으며 트리장식

2002-12-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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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의 주말나기 유지선씨 <33·주부>

주일학교 시절 색종이를 오려 고리 엮고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던 추억은 생각만으로도 항상 가슴이 따뜻해져 온다. 솜을 뜯어 유리창에 붙였던 커다란 꽃송이 함박눈은 실제로 좀처럼 구경하기가 힘들었다. 아기 예수가 태어난 날을 왜 모든 인류가 함께 축하하는지 말구유에 누운 아기 예수에게 경배하는 동방박사들은 과연 누구인지 잘 알 수는 없었지만 이맘때쯤 아버지가 사오신 크림 가득한 케이크에 촛불을 붙이며 또 한 해가 저물어간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던 것 같다.
유지선(33·주부)씨 역시 주일학교 시절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하던 풍요로운 기억을 안고 사는 사람. 가위로 색종이를 오리고 풀을 붙여 만들었던 옹색한 크리스마스 장식이지만 이를 준비하는 그녀의 어린 가슴은 늘 풍선처럼 부풀어올랐다.

지난 몇 해 동안 그녀는 생활에 바쁘다는 그 흔한 이유로 크리스마스도 새해도 평소와 하나도 다를 바 없이 조용히 지냈다. 초등학교 다니기 시작한 딸 금비(7)가 “엄마, 우리도 크리스마스 트리 하자”며 조르지 않았더라면 올해도 그냥 아무 일 없이 지나쳤을 것이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커 가는 딸에게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라도 올해 겨울에는 뭔가를 저질러야 했다.


신선한 나무 향기가 나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고르는 과정도 차 지붕에 묶어 가져오는 길도 금비는 마냥 즐거워했다. 천사와 산타클로스, 눈사람, 진저 브레드맨 등 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소재들로 만든 장식품을 매달고 반짝반짝 영롱한 불빛의 꼬마 전구를 나무에 둘둘 입혔더니 제법 그럴싸한 크리스마스 트리 모양을 갖추어 간다. 꼭대기에 오색 찬란한 커다란 별을 꽂았더니 금비는 손뼉을 치며 함지박 만해진 입을 다물 줄 모른다.

누군가 크리스마스는 우리 모두의 오랜 사고의 관습을 바꾸는 기간이라 했다. 밖에 있어야 할 나무가 집안에 들어오는 크리스마스 트리 역시 가장 높은 자가 가장 낮은 자로 우리 곁에 다가왔던 예수의 상징이라는 것이다.
인류의 큰 스승인 그의 가르침을 따라 가난한 이웃들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것이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면서 되새겨야 할 진정한 성탄의 의미가 아닐까 그녀는 생각한다. 아무 생각 없이 즐거운 금비도 한 해 두 해 트리 장식을 해 가며 진정한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깨달아 갈 터이다.

<박지윤 객원기자>

딸 금비와 함께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는 유지선씨. 그는 딸이 진정한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깨달아 가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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