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산타학’제1장은 ‘사랑-봉사’

2002-12-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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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클로스’배우기


성탄절을 앞둔 요즈음은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가장 분주해지는 계절. 아이들이 우는지,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있는지 저 멀리 북극에서 수퍼 모니터를 지켜보느라 얼마나 바쁘실까. 세상이 복잡해지긴 했지만 아직도 많은 어린이들은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굳게 믿고 있다.

한 설문 조사에 의하면 3-10세에 이르는 어린이 중 약 85퍼센트가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믿고 있다고 한다. 어린 시절 산타클로스로부터 매해 푸짐한 성탄 선물을 받았던 정지충(35·변호사)씨는 올해 자녀들과 불우한 어린이들을 위해 산타클로스가 되기로 했다. 지난 9월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제6기 아버지 학교에 참가하기도 했던 그는 산타클로스가 되기 위해 뭔가 한 수를 배울 수 있는 스승을 찾아 나선다. 여기저기 수소문해 본 결과 그는 마침내 진짜에 버금가는 산타할아버지를 찾아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태어났다는 헛슨 스캇(Hudson Scott·78)은 하얀 머리에 콧등도 발그스름한 것이 천상 산타할아버지. 그는 지난 1992년부터 데스칸소 가든에서 매해 겨울 산타할아버지로 자원 봉사를 해왔다. 데스칸소 가든에는 헛슨 말고도 14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돌아가며 산타할아버지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10년 째 정원에 마련해 놓은 의자에 앉아 어린이들과 사진도 찍어주고 크리스마스 선물로 무얼 갖고 싶은지 귓속말도 들어주다 보니 이제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베테랑 산타클로스가 됐다.

좋은 아버지라면 꿈을 키워주면서도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믿는 정지충씨는 스승을 찾아가 인사를 드린 후 어떻게 이 딜레마를 해결해야 하느냐고 첫 질문을 던진다. “호호!” 호탕하게 소리내 웃은 헛슨은 요즘 들어 부쩍 “할아버지, 진짜 산타예요?” 하고 물어오는 어린이들이 많다면서 그런 질문을 받을 때면 자신이 북극에 있는 산타할아버지를 돕는 헬퍼 가운데 하나라 소개한다고 한다.

헛슨은 정지충씨에게 무엇보다도 산타클로스 의상과 가발, 수염, 신발, 선물꾸러미 등 소품을 구입하라고 얘기한 다음 산타가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건은 어린이들이 믿고 신뢰할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그리고 친구처럼 친근하게 다가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엄마 품에 안겨오는 아가들은 아무리 산타클로스라도 낯이 설어 울게 마련. 이럴 때는 당황하지 말고 눈을 직접 마주치는 것을 피해가며 달래야 한다고 한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무얼 갖고 싶으냐고 속삭이듯 물으면 어린이들은 무슨 대단한 비밀이라도 되는 것처럼 귓속말로 답해온다.

아직 자기 의사 표현에 서툰 어린이들에게는 “인형?” “슈퍼맨?” 하고 구체적인 예를 들어 질문하면 어린이들은 고개를 끄덕이거나 가로 저음으로써 갖고 싶은 것을 표현한다. 믿거나 말거나 산타할아버지 노릇을 10년째 하다보니 이제 어린이가 다가오기만 해도 어떤 선물을 원하고 있는지 족집게처럼 알아 맞추게 됐다고. 점쟁이가 다 됐다고 웃는 그의 웃음소리가 호탕하게 울려 퍼진다.

산타할아버지 옆에 앉은 호일(4)이는 올해 크리스마스 선물로 장난감 오토바이를 갖고 싶다고 속삭이고 주윤(3)이는 인형을 갖고 싶다고 얘기했다.


‘산타할아버지 우리 마을에 오시네’라는 캐롤의 가사에 나오는 “울면 안돼. 울면 안돼. 산타할아버지는 우는 아이들에게는 선물을 안 주신대” 라는 가사는 아주 좋지 않다고 헛슨 할아버지는 한말씀 하신다. 부정적인 협박이야말로 부모들이 가장 경계해야 하는 으름짱이라는 것. 부모님 말씀 잘 듣는 착한 어린이가 되도록 긍정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하며 잠자리에 들기 전 산타클로스가 선물을 가져다주도록 함께 소리내어 기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헛슨 할아버지가 한 마디 한 마디 할 때마다 노트에 빼놓지 않고 메모를 하는 그는 산타할아버지도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란 생각을 한다. 할아버지가 되기에는 아직 앞날이 창창하지만 올해 크리스마스 시즌 산타할아버지 체험을 통해 그는 자녀들과 어린이들을 더 잘 이해하는 참 좋은 아버지가 될 것 같다.

<글 박지윤 객원기자>
<사진 홍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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