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지렛대를 써서 큰 집을 살까?

2002-12-1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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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수익 높지만 주택가 하락시 위험도 커 주의


융자기관들, 주택비 지출 한도 크게 확대
소득의 28%는 옛말…50%까지 융자 허용

“이자율이 어느때 보다 낮으므로 빌릴 수 있을 만큼 많이 빌리라.” 매우 보수적인 재정전문가들마저 이같은 조언을 마다하지 않는다. 여기에 편승해 모기지 융자회사들도 전에 없이 후하게 모기지 융자를 해주고 있다.
얼마 전 만해도 융자회사들은 모기지 원금과 이자, 세금 및 보험을 포함한 주택비 지출이 월소득의 28%내지 32%이내에서만 융자를 허용했지만 지금은 이보다 훨씬 많은 액수를 융자해주고 있다. 고소득자에게는 소득의 50%까지 주택비로 지출할 수 있도록 모기지 융자액을 크게 늘려주는 추세다. 같은 소득이라도 과거보다 훨씬 비싼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적은 돈으로 큰 집을 움직일 수 있는 지렛대가 더 큼직해진 셈이다.


또 현금 다운 페이먼트도 크게 낮춰주고 있다. 일례로 샌프란시스코나 보스턴, 뉴욕지역의 경우 첫 주택 구입자에 대해서는 주택매입가의 5%나 그 이하의 현금 다운도 허용하고 있다. 이삼십년 전 만해도 다운 페이먼트를 보통 20%는 해야했다.

최대한 많이 빌릴 수 있다는 것은 지렛대효과(leverage)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는 말을 의미한다. 아주 적은 돈으로도 큰 투자물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인데 일례로 5%를 다운 페이로 내고 95%를 대출 받아서 집을 살 수 있다면 20%의 현금을 다운하고 80%를 빌려서 집을 사는 것보다 레버리지가 훨씬 높다.

레버리지가 높을수록 높은 투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일례로 35만달러의 집을 20%인 7만달러를 다운하고 매입해 10% 오른 38만5,000달러에 팔았다면 투자한 7만달러에 대한 수익률은 50%.
반면 10%인 3만5,000달러를 다운하고 사서 같은 가격에 팔았다면 100%의 투자수익율을 올린 셈이 된다. 집을 전부 현금으로 샀다고 가정하면 투자수익율은 10%밖에 안된다.

그러나 레버리지를 이용한 투자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반면 큰 손실을 볼 수 있는 위험도 크다는 점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 레버리지는 주택 가격이 앞으로도 계속 올라간다고 할 때는 큰 이익을 볼 수 있지만 주택가가 하락한다면 주택가치보다 융자로 인한 부채가 더 커질 수도 있다.
90년대 초에도 융자회사들이 모기지 융자를 쉽게 해줘 많은 첫 주택매입자들이 높은 레버리지를 이용한 부담스런 주택 매입으로 고생을 했다. 즉, 주택가격이 떨어져도 팔지 않고 있다가 몇 년뒤에는 집을 처분하지 않으면 안되는 지경에 처했는데 집을 팔아도 모기지 융자금도 갚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주택가격은 오를수록 오르기 전에 집을 사자는 분위기가 조성돼 매입자들은 상승한 주택가로 집을 사기 위해 레버리지도 더 많이 쓰게 되는데 기대했던대로 주택시장이 상승하지 않으면 레버리지에 발목 잡히는 수가 생길 수 있다. 레버리지는 양날을 가진 칼이다. 주택시장이 내려가도 곤경에 처하지 않도록 장기적이 관점에서 주택 투자를 하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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