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동산 에이전트의 365일

2002-12-1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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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도 없고, 주말도 없이 정말 숨가쁘게 달려온 365일이었다. 게으른 에이전트에게 농담 삼아 던지는 남문기 회장의 말씀이 떠오른다. 주중에는 손님이 일하기 때문에 할 일이 없어서 놀고, 주말은 주말이라고 쉬고, 연휴엔 연휴니까 특별히 놀고 나면 도대체 언제 거래합니까.
참 어이없지만 여기에 해당되는 에이전트가 있는 게 사실이다. 출퇴근 시간이 정해진 것도 아니고, 월급이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고, 스스로 일을 찾아 다녀야 하고 시간을 쪼개 써야 하는 그야말로 독립적인 직업이다.
아침에 일어나 마냥 게으름을 피우려면 한도 끝도 없지만 눈뜨자마자 그 날 할 일들이 죽 떠올라 더 이상 누워 있을 수가 없고, 좀더 생산적인 하루가 되기 위해 아침부터 서두르는 부지런한 에이전트들. 하루를 좀 더 길게 쓰기 위해 시간관리는 기본이다. 그런 하루가 모여 이루어진 365일. 참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있지 않나 싶다.
그렇게 숨가쁘게 움직이는 에이전트들의 하루. 극히 개인적이고 이기주의적이 되기 쉬울지 모르지만, 협동의 의미를 깨닫는 순간부터 하나보다는 둘이, 둘보다는 셋이 모여 큰 힘이 되고 더불어 사는 삶으로 행복해진다는 간단한 것 같지만 어려운 의미를 매일매일 터득하며 살아간다.
간혹 예상치 않게 일어나는 문제로 마음 졸이는 날도 많다. 에스크로 끝날 시기에 이사 날짜가 맞지 않아, 셀러와 바이어간에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그야말로 중간에서 죽어나는 것은 우리 에이전트들이다.
또한, 셀러가 이사 나갔다는 얘기를 듣고 키 받으러 갔다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쓰레기를 보고 아연실색 한 적도 한 두번이 아니리라. 당장 이사 들어가야 하는 손님을 위해 어찌하랴. 팔 걷어 부치고 사람 모아 청소부터 하는 수밖에. 오픈 하우스 때 청소 안 해 놓고 나가신 셀러를 위해 버큠, 거라지, 드라이브 웨이, 물 청소는 물론이고 간혹 설겆이도 그 날의 보너스 작업이다.
이러기를 십 수년. 이젠 웬만한 어려운 일이 닥쳐도 겁은커녕 마치 여전사처럼 또 해결사처럼 뛰어 다닌다고나 할까.
벌써 연말이다. 해마다 12월이면 회사 연말파티와 실적 시상식이 성대하게 열린다. 1년 동안 차곡차곡 쌓은 실적이 모여,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은 어마어마한 액수의 수입으로 다른 에이전트들과 겨뤄 전체 탑 에이전트와 각 부문별 탑 에이전트가 탄생한다. 특히, 해마다 늘어나는 에이전트의 수가 현재 600여명에 이르고 있으니 그 중에 뽑히는 탑 에이전트의 영광은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제 2003년 새해가 다가온다. 우리 모두 또 사업 계획서를 작성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모든 에이전트에게 바라건대 항상 준비하는 에이전트, 회사에 대해 불평이 있다해도 충분히 일하고 난 후 반문하는 똑똑한 에이전트, 그리고 회사가 미안해하고 감사해하는 에이전트가 되어야겠다.
린 최
<뉴스타부동산-플러튼> (714)994-3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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