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쿠로사와미후네

2002-12-0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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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금주 상영분


뉴아트 극장(11272 샌타모니카, 310-478-6379)에서는 이번 주에도 일본의 거장 아키라 쿠로사와가 감독하고 명배우 토시로 미후네가 주연한 명작들을 상영한다.

▲‘라쇼몬’(Rashomon ·1950)-멋있는 액션을 곁들인 진실의 본질에 관한 날카로운 탐구로 정의의 철학을 파고 든 가장 훌륭한 영화라는 평을 받고 있다. 쿠로사와는 뛰어난 편집을 통해 서술과 시간의 흐름을 자유롭게 조정해 가면서 한 가지 사실을 놓고 각기 다른 말을 하는 4명의 이야기를 유려하게 묘사하고 있다. 한 젊은 무사가 아름다운 아내와 산길을 가다가 산도둑을 만나 남자는 살해되고 여자는 겁탈을 당한다.
이 산도둑은 후에 체포돼 재판을 받는데 이 과정에서 산도둑과 무사와 여인 등이 각기 과거의 사실을 놓고 다른 말을 한다. 산도둑으로 나온 미후네가 성난 멧돼지처럼 씩씩거리며 맹렬한 연기를 한다.
영상언어에 혁명을 가져온 달변적인 걸작으로 이 영화는 일본 영화를 서방세계에 알리는 기수가 된 작품. ‘라쇼몬적’이라는 단어를 창출할 만큼 획기적인 작품으로 베니스 영화제서 대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흑백촬영이 눈부시다.


▲‘붉은 수염’(Red Beard·1965)-미후네가 쿠로사와의 영화에 나온 마지막 작품. 인간의 선에 관한 엄숙한 증언 같은 작품으로 19세기가 시간대. 오만한 젊은 의사와 동정심 많은 나이 먹은 진료소 의사간의 격동하는 관계를 다뤘다. 선배의사는 불만에 찬 인턴의사에게 자기가 치료하는 불쌍한 환자들의 삶을 고귀하게 여길 수 있도록 가르쳐 주면서 이 젊은 의사를 성숙케 만든다. 흑백.

▲‘높은 곳과 낮은 곳’(High and Low·1963)-에드 맥베인의 탐정소설 ‘왕의 몸값’이 원작.
스타일 좋고 세련된 스릴러이자 60년대 일본 사회에 대한 총명한 논평이다. 인정사정 없는 범인이 제화회사 회장 집을 자기 범행의 목표로 삼으면서 이 가정이 커다란 딜레마에 빠진다.
납치범이 착오로 유괴해 간 것은 회장의 아이가 아니라 회장 운전사의 아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회장은 아이의 생명을 구하고 전 재산을 잃느냐 아니면 전 재산을 구하고 아이의 생명을 포기하느냐 하는 양자택일의 기로에서 고민한다. 미후네가 회장으로 나와 심오한 연기를 한다. 흑백.

▲‘요짐보’(Yojimbo·1961)-주인 없는 사무라이 산주로(미후네)가 작은 마을의 부패를 일소하기 위해 이 마을의 사악한 두 라이벌 집단을 서로 싸우게끔 계략을 꾸민다. 그리고 산주로는 이 싸움을 이용해 자기가 노리는 바를 달성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스파게티 웨스턴 ‘황야의 무법자’와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라스트 맨 스탠딩’ 등은 모두 ‘요짐보’가 원전. 갱스터 영화와 서부영화를 섞어 기묘하게 장르를 뒤틀어 놓은 흥미진진한 작품. 미후네의 으스대는 연기가 일품이다. 흑백.

▲‘산주로’(Sanjuro·1962)-‘요짐보’의 속편. 으스대고 으르렁대는 주인 없는 사무라이 산주로(미후네)가 이번에는 어수룩한 9명의 젊은 사무라이들을 도와 그들의 부패한 나이 먹은 사무라이들을 제거한다.
풍자적이요 만화 같은 재미가 있는 액션영화로 속도 빠르고 화면 구성이 아름답다. 흑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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