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클레임 했다간 “나가 주세요”

2002-12-05 (목)
크게 작게
주택보험사들 여차하면 퇴짜
사소한 클레임은 자제해야

워키 거주 피터 로델은 지난해 12월 집에 도둑이 들었다. 뒷문을 뚫고 들어온 도둑은 TV 2대와 VCR, 그리고 현금 몇백달러를 가져갔다.
다행히 로델은 주택보험(home insurance)이 있었다. 그는 클레임을 하고 신청한 액수 1,234달러를 전액 받았다. 로델은 일이 잘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난 9월 로델은 보험사로부터 편지를 받고 어안이 벙벙해졌다. 손실기록(loss history)과 운전기록 때문에 주택보험을 갱신해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보험금 신청은 이 보험사에 8년 동안 가입해 있는 동안 처음이었을 뿐더러 도대체 스피드 티켓이 주택보험 갱신과 무슨 관련이 있다는 말인가? 일년에 보험료로 400달러씩 8년 동안 꼬박꼬박 냈는데 1,200달러 클레임 한번 했다고 쫓아내다니!


클레임 했다가 보험사에서 쫓겨나는 소비자가 로델 혼자만이 아니다. 지난 수년간 가입자 확보를 위해 보험료를 계속 낮춰왔던 재산(property) 및 손해(casualty)보험 회사들이 태도를 180도 바꾸고 있다. 가입자는 충분히 확보됐으니 양질이 아닌 가입자는 추려내겠다는 태세다. 보험사의 태도 변화로 많은 소비자들이 충격 속에 쫓겨나고 있다. 보험이란 평소에 보험료를 내고 피해가 발생하면 보험사가 뒷감당을 해준다는 소비자들이 여태껏 가져왔던 가정이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추세는 보험사들이 지속적으로 보험료 인하를 추진해와 이로 인해 수입이 저하되고 재정적 곤란에 빠지게 된 것이 큰 이유다. 지난해 재산 및 손해 보험사들은 순손실 79억달러를 기록했다. 대규모의 곰팡이 피해 청구와 보험사의 투자손실이 주원인이었다.

일례로 파머스보험 그룹은 텍사스의 주택보험 갱신을 중단하기를 원하고 있는데 올해 들어서만 곰팡이 피해 클레임이 1만7,000건에 이르는 등 지난 2001년이래 곰팡이 피해 클레임으로 10억달러 이상을 지불했다. 더욱이 텍사스주 보험 당국은 파머스가 불공정하게 보험료를 인상했다고 주장하며 1억5,000만달러를 환불할 것을 명하고 있어 설상가상인 형국이다.

그러나 소비자들 역시 피해자다. 프랜시스 맨리는 잇단 불운으로 클레임을 몇번 했다가 곤경에 처한 소비자들 중 한 사람. 지난 1997년 집에 도둑이 들어 처음으로 클레임을 했고 일년 뒤 한번은 누수로 1,500달러, 또 한번은 애리조나를 급습한 강풍으로 안테나가 부러져 100달러를 신청했다. 그녀는 3차례 모두 보상을 받았다. 지난 18년 동안 이 보험사의 보험에 가입해 왔고 이전에는 한번도 클레임을 하지 않았다.

맨리가 이 보험사로부터 마지막 받은 것은 3번째 클레임 액수 100달러 체크 한 장과 동봉된 더 이상 가입시켜 줄 수 없다는 편지였다. 황당했다.
다행히 맨리는 다른 보험사를 찾아서 가입할 수 있었다. 물론 보험료는 전보다 두배를 지불하고서. 그러나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1999년 메릴랜드주로 이사를 갔는데 아무도 보험 가입을 받아주지 않았다. 애리조나에서의 클레임 기록이 대부분의 보험사들의 고개를 돌리게 한 것이었다. 보험사들은 보험 가입 희망자의 클레임 기록이 담긴 CLUE 리포트를 공유한다.

맨리가 분노한 것은 당연. “그 사이 보험기록이 완벽했으며 이번 클레임도 불가항력이 아니었던가.” 결국 그녀는 보험 에이전트가 어렵게 샤핑을 한 끝에 한 보험사를 찾아내 가입은 했지만 디덕터블을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이 늘리기로 합의한 뒤에 가능했다.

보험시장이 이렇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도 보험사에 대한 그간의 기대를 바꿔야 한다고 에이전트들은 조언한다. 즉, 클레임을 할 때는 반드시 보험사의 반격(?)이 있을 것임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 손실이 작을 때는 호주머니 돈으로 내고 보험 클레임은 손실이 크게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비축해 두는 것이 현명하다고 이들은 털어놓는다.

비용을 줄이는 한가지 좋은 방법은 디덕터블을 늘리는 것. 500달러도 좋고 여유가 된다면 1,000달러, 2,500달러로 늘리면 보험료가 줄어든다. 보험정보 기구(III)에 따르면 보험료를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줄이는 방법이 디덕터블 증액이다. 일년에 보험료를 25%까지도 줄일 수 있다.

TV 한대를 도둑맞고 700달러를 클레임을 한다면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손해다. 부엌에 불이 났을 때나 클레임을 할 수 있을까.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