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때는 과연언제일까

2002-11-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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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에서

어떤 사람이 부동산에 투자해서 돈을 벌고 어떻게 하면 싸게 사고, 비싸게 팔 수 있는 것일까. 지금 부동산에 투자를 해도 될까.
이런 질문을 던지는 많은 바이어들은 대부분 ‘때’를 잘 타야 한다고들 말한다. 경기가 나빠 부동산 값이 떨어졌을 때 사고 반대로 최근처럼 부동산 값이 올랐을 때 팔아야 한다고들 말이다.
물론 맞는 말이지만 그 ‘때’라는 것을 정확히 예측하고 자로 잰 듯이 맞춰서 사고 파는 일이 누군들 가능할까. 아무리 경제원칙과 부동산 상식 등 학술적인 이론에 근거해서 부동산의 흐름을 잘 읽고 사고 팔고 한다고 해도 결과는 물음표다.
손님 중에 K라는 분이 있는데 이분은 벌써 6~7년 전부터 자그마한(?) 건물을 하나 구입하려고 내게 계속 연락을 하는 분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96년 무렵은 그야말로 부동산 값이 바닥이 아니었던가. 그 당시 나는 여러 은행들과 차압매물 리스팅 전문 에이전트로 일하고 있어 비교적 가격이 좋은 은행 매물정보도 많이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 분께 여러 번 투자할 만한 매물을 소개해 드렸는데 그때마다 부정적인 시각에서만 보시고, 부동산 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요즘 시세에 비한다면 정말 바닥이었지만 더 떨어질 것을 기다리느라 아무것도 못 사셨다.
그 때 그 손님이 마다했던 타운근처 빈 땅은 다른 바이어가 사서 동전 세탁소로 개발해 땅값만 3배를 받고 다시 팔았다. 또 그 분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믿고 안 샀던 샤핑센터는 얼마전 그때 가격의 약 2.5배의 가격으로 팔린 것을 아시고는 "그때 내가 살걸"하면서 후회한다. 그러면서 지금까지도 되풀이해서 ‘싸고 좋은 물건’을 찾고 계신다.
’좋은 물건’의 기준은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값이 좀 비싸도 건물이 비교적 새것이라 관리가 쉬운 물건. 건물은 오래됐어도 현재 소득이 매우 좋은 물건. 또 어떤 분은 무조건 위치를, 그 중에서도 한인타운 중심만 찾으시는 분도 계시고, 히스패닉 밀집 지역을 찾는 분도 있다. 이렇게 각자가 자기 능력과 여건에 따라 ‘좋은 물건’의 기준은 달라질 수 있다.
분명한 건 건물도 좋고, 소득도 좋고, 위치도 좋은데 가격은 싼, 그런 무조건 싸고 좋은 물건은 절대로 없다는 것이다. 어느 분의 말씀처럼 부동산 경기는 거대한 군함 같아서 움직이는 것이 금방 몸으로 느낄 만큼 빠르게 오르내리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기 기준을 갖고, 준비가 되었을 때, 또는 필요할 때 능력에 맞게 부동산을 사는 것이 ‘때’라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운이 따라야 한다고도 말씀하신다. 그러나 ‘운’이라는 것도 실은 그 사람의 품성과 인심을 따라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오늘도 K라는 분의 "뭐 좀 좋은 물건 없소"하는 전화를 받는다. (213)380-5050

수잔 황 <시티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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