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격 오른 새 집으로 이사가느니 “리모델링이다”

2002-11-0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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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내고 올리고… 전국적 열기

커넥티컷주 미스틱 거주 밥 윙은 1932에 지은 1,100 스퀘어피트의 방갈로를 허무는 대신 뒤로 좀 이어내고 위로도 이층으로 올렸다. 윙의 할머니가 살다가 넘겨준 이 집은 이제는 아내와 세 자녀가 함께 살기에는 너무 좁았다. 집을 넓히는 공사는 생각보다 길고 비용도 23만 달러나 들었지만 방이 두 개에서 4개로 늘어나는 등 총 실내면적이 1,700달러로 넓어졌다. 옹색했던 집이 생활하기에 불편없는 넓고 쾌적한 공간으로 변했다. 이웃의 비슷한 사이즈의 30만달러가 넘는 집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요즘 리모델링은 과거 부엌이나 배스룸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정도가 아니다. 그렇다고 완전히 허물어 버리고 새 집을 짓는 것과도 다르다. 원래 모습을 살리되 단층을 이층으로 올리거나 뒷마당으로 집을 이어내서 넓히는 식으로 리모델링의 규모가 크다.
지금 리모델링 열기는 미전국적으로 뜨겁다. 살기에 불편이 없고 보다 넓고 쾌적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아낌없이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전국건축업자협회(NAHB)에 따르면 소소한 벽지교체에서 방을 추가하는 큰 공사까지 전체 리모델링 규모는 지난 91년 1,080억달러에서 2001년에는 50%가 늘어난 1,600억달러에 이른다. 특히 주택을 넓히거나 뜯어 고치는 리모델링은 같은 기간 두배이상 늘었다. 리모델링 전문업자가 92년 12만명에서 2002년 20만명으로 늘어난 것에서도 미국인들의 리모델링 열기를 읽어낼 수 있다.
최근들어 리모델링이 붐을 이루는 이유는 여러모로 조건이 갖춰져 있기 때문. 새로 집을 사기에는 주택가격이 너무 올라 부담스럽고, 리모델링을 하면 굳이 좋아하는 동네를 옮기지 않아도 된다. 또 금 세대들어 가장 낮은 모기지 이자로 붐은 이루는 재융자도 리모델링 붐과 무관하지 않다. 3-5만 달러는 재융자로 쉽게 꺼낼 수 있어 이 자금으로 많은 주택 소유주들이 리모델링 하기가 수월해진 것이다. 또 옛날에 지은 집의 고상한 건축미와 기품을 그대로 보존하고 싶어하는 미국인들의 정서 변화도 리모델링 붐에 일조를 하고 있다.
일부 주에서는 세법도 새 집 매입보다 리모델링에 투자하게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주택 소유주에 변동이 있을 때마다 재산세가 재산정돼 올라가지만 리모델링은 재산세가 늘지 않는다.
새로운 변화를 태생적으로 추구하는 미국인들에게 리모델링이란 사실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의 리모델링 붐은 이전과는 확연히 다르다. 90년대만 해도 기존 주택을 완전히 밀어 버리고 새로 짓는 방식이 유행이었지만 요즘은 그러기에는 너무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장기간의 공사로 인한 불편도 크기 때문에 별 인기가 없다. 대신 집 일부를 뜯어서 위로 올리거나 옆으로 늘리는 식이 주류를 이룬다. 특히 외관보다는 내부를 대폭 넓히는 추세. 뉴욕의 건축가 데니스 웨들릭은 “내부는 크고 호화롭게 변화시키나 외관은 과거처럼 과시적이기 보다는 동네 집들과 맞추는 추세”라고 말한다.
특히 매스트 베드룸을 ‘매스터 베드룸 스윗’으로 업그레이드 하고 배스룸도 고급스럽게 꾸민다. 고급주택에서는 하이테크 오디오 비디오 제품들이 들어가 있는 미디어 룸이 추가되고, 특히 부엌은 ‘쿠킹 스테이지’라 칭할 만큼 넓고 각종 편리한 캐비넷과 부엌용품들로 채워진다.
그러나 모든 집들을 이렇게 리모델링 할 수는 없다. 미국의 총 1억2,000만 주택의 절반은 60년이 넘은 집들이다. 옛날에는 지금보다 가족수가 많았지만 집이 넓다는 의미가 지금과는 크게 달랐다. 옛날 집에 부엌이 넓힌다고 해도 요즘 같은 쿠킹 스테이지와 같을 수가 없다. 요즘 미국인들은 옛날 집에서 살려면 좁아 터진다는 느낌을 갖는다. 채워넣어야 할 세간이나 가전제품들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또 쾌적하고 넓은 사무실 공간에 익숙해져 있다.
미시간주의 수잔 베넨-복(42)도 고풍스런 콜리니얼 스타일의 집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지만 2,000 스퀘어피트 밖에 안되는 공간이 불편해 집을 대폭 뜯어고친 경우다. 매스트 베드룸을 커다란 클로짓이 붙은 스윗으로 바꾸고 부엌도 스테이지를 방불케 할 만큼 고쳤다. 홈 오피스와 론드리 룸을 추가했고 집 뒤편으로 따로 나가 있던 거라지를 허물고 집을 이어내서 거라지를 추가했다. 총 1,000 스퀘어피트가 늘어났는데 이런 것들이 갖춰진 이웃 집들의 가격이 수십만 달러는 더 나가므로 공사에 따르는 불편도 컸지만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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