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터넷 부동산 브로커 시대

2002-11-0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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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업계와 갈등속
수수료 인하· 리스팅 제공
소비자 잡기 자리매김


부동산 시장에서의 인터넷 영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웹사이트의 편리성이 부동산 업계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온라인 주택거래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부동산 수수료의 가격경쟁을 불러와 결국은 소비자들이 제공받는 서비스 가격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월스트릿 저널은 이 같은 ‘인터넷의 마술’이 부동산 서비스 요금을 하락시킬 것이라는 예상은 업계의 반발로 다소 실현이 늦어졌지만 분명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선 인터넷 브로커의 파워가 막강해지면서 기존 부동산 업자들의 수성도 만만찮다. 인터넷 브로커 시대의 가능성에 대해 알아본다.

■멀티플 리스팅 서비스 경쟁 가열
인터넷 부동산 브로커들인 불문율로 여겨졌던 수수료 비율인 주택 판매가의 6~7%의 벽을 무너뜨리자 부동산업자들의 권익 단체인 전국 부동산업자협회(NAR)는 지난 2000년 봄 인터넷 부동산 브로커들을 무기력하게 만들 규정을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인터넷 부동산 브로커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주시하고 있다는 경고에 NAR측이 한발 물러섰다. 인터넷 부동산 거래를 두고 이뤄지는 다툼은 현재진행형이다.
11일 뉴올리언스에서 열리는 NAR 이사회에는 670명의 협회 이사들이 참가해 이를 두고 논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장은 NAR 지역협회에 의해 운영되는 멀티플 리스팅 서비스(MLS)다. MLS를 통해 브로커들은 매물로 올라온 주택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다.
매물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협회에 부동산업자로 가입하는 방법 외에는 없을 정도로 MLS는 부동산업자들에게는 훌륭한 독점수단으로 기능해 왔다. 합리적인 주택판매자라면 자신의 주택이 MLS에 오르길 원하고, 반대로 현명한 주택구입자라면 MLS에 올라 있는 모든 주택을 살펴보길 원할 것이다. 인터넷이 등장하기 전 주택구입자는 부동산업자 사무실에 가서 주택매물 목록을 봐야만 했다.
결과적으로 인터넷 브로커의 등장은 부동산업자들의 리스팅에 대한 통제능력을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여행사나 자동차 딜러들이 겪고 있는 것처럼 부동산 에이전트들도 인터넷이 결과적으로 브로커를 몰아낼 것이라는 걱정을 하고 있다.
중개 비즈니스는 엄청나게 수익이 큰 영역으로 주거용 부동산 에이전트들이 1년에 거둬들이는 수수료 수익은 대략 400억달러에 이른다.


■온라인 브로커의 탄생과 발전
지난 90년대 중반 발빠른 브로커들은 자신의 리스팅을 개인 웹사이트에 올리기 시작했다. 그 이후 마이크로소프트(MS)의 ‘홈어드바이저 닷컴’(HomeAdvisor.com)과 NAR의 계열사인 ‘리얼터 닷컴’(Realtor.com) ‘홈스토어 닷컴’(Homestore.com) 등의 웹사이트에 매물로 올라온 주택 정보를 올리기 시작했으나 인터넷 이용자들이 에이전트에게 전화하도록 하기 위해 주소를 지우기도 했다.
에이전트들은 이 같은 사이트들을 경쟁 상대라기보다는 광고의 한 수단으로 여기는 정도였다. 몇 년 전 NAR은 ‘에이전트는 자신의 리스팅이 고지되는 것을 거부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과 함께 어떤 브로커라도 웹사이트에 다른 브로커의 리스팅을 올릴 수 있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일부 브로커들은 협회를 탈퇴했고 시카고의 경우 MLS에 올라온 주택의 35%만이 웹사이트 상에 광고될 수 있었다.
지난 99년 2개의 온라인 브로커 업체가 탄생했다. 휴스턴의 ‘e리얼티’(eRealty)와, 캘리포니아 에머빌의 ‘집리얼티’(ZipRealty)사는 MLS에 접속할 수 있는 부동산업자들을 고용했으나 오프라인 사무실은 열지 않았다.
웹사이트에서 이메일 주소를 제출하는 것만으로 고객으로 가입이 가능토록 했으며 웹사이트 이용자들은 실제 부동산 회사를 방문해 얻는 정보와 동일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두 온라인 브로커 회사는 리스팅 브로커들이 원하던 말던 간에 MLS상에 모든 정보를 올린다.

■중개 수수료 4.5%까지 할인
인터넷 부동산 브로커 회사는 일반적으로 주택판매자가 내는 6~7%의 전통적인 수수료 관행을 깼다. ‘e리얼티’와 ‘집리얼티’는 4.5% 수준의 수수료를 받아 이를 주택구입 및 판매 에이전트에게 나눈다. 주택구입자에게도 주택 구입가의 1%(최근 일반 주택 판매가를 기준으로 1,600달러 가량)를 리베이트로 제공한다.
2000년 초, 부동산업자 오스틴 위원회는 ‘e리얼티’를 MLS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이에 ‘e리얼티’는 반독점법 위반이라면 반격을 가했다. 연방법원은 웹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은 다른 브로커들이 문서, 이메일, 팩스 등을 통해 고객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면서 ‘e리얼티’의 손을 들어줬다.
소송은 끝났고 NAR의 총괄 변호인단은 에이전트이 인터넷 광고 사이트로부터 리스팅을 보호하도록 권한을 주는 규정에 ‘e리얼티’가 구속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소비자들은 이익
올해 초 ‘e리얼티’는 야후와 웹사이트 이용자들을 직접 사이트로 안내하는 계약을 논란 속에 중단했다. 지난 5월 NAR 위원회는 MLS에 참여하는 어떤 브로커도 “경쟁업체들이 자신의 리스팅을 공적인 웹사이트에 올리는 것을 허가”하도록 강요받아서는 안 된다고 결정 내리고, 에이전트들이 MLS의 리스팅을 ‘e리얼티’와 ‘집리얼티’에 게재할 수 없다는 규정을 제안함으로서 업계를 놀라게 했었다.
인터넷 부동산 브로커사들의 반발과 연방거래위원회의 경고로 NAR의 자구책이 효력을 상실하면서 판세는 온라인 브로커 회사들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새로운 규정은 ‘e-브로커’는 웹사이트 가입조건으로 이메일 주소뿐 아니라 실제 주소와 전화 번호도 받아야 하며 브로커가 아닌 개인 주택 판매자들은 자신의 주택을 웹사이트 뿐 아니라 MLS에 올리는 것도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이제 6~7%로 굳어졌던 부동산 업계의 오래된 수수료 관행은 점차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소비자인 주택 구입자와 판매자가 온·오프라인 부동산 회사들이 벌이는 싸움의 수혜자가 될 것이다.
<배형직 기자> hjba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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