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수요비해 공급 달려 큰 폭 하락은 없다”

2002-10-24 (목)
크게 작게

▶ 가주 주택경기 전망


주택 구입 지금 할까 말까?
더딘 경기회복에도 불구, 부동산 시장이 여전히 호황세를 누리고 있지만 최근 주택가 거품론이 점차 힘을 얻으면서 집 값이 조만간 떨어질 것이라는 ‘희망 섞인 기대’에 주택 구입을 미루는 예비 바이어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집은 필요하지만 ‘가격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큰 손해를 보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거품론’을 뒷받침하기라도 하듯 실제 고가 주택 시장의 경우 매물이 늘어나고 가격도 소폭 하락했으며, 중간 가격대 주택도 한창 때만은 못하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주택가 하락과 이자율 상승 때의 모기지 페이먼트 <자료 부동산 재정센터>

주택가 하락과 이자율 상승 중 어느 쪽이 페이먼트를 더 줄여줄까. 25만 달러와 50만 달러 주택이 각각 10% 가격이 내렸을 때와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5.875%에서 6.875%, 6.25%에서 7.25%로 올랐을 때를 비교해봤다.


▲25만달러 주택-2만5,000달러 다운페이 22만5,000달러 융자(이자율 5.875%)시 월 페이먼트 1,331달러
▲22만5,000달러 주택-2만2,500달러 다운페이 20만2,500달러 융자(이자율 6.875%)시 월 페이먼트 1,330달러
▲50만달러 주택-5만달러 다운페이 45만달러 융자(이자율 6.25%)시 월 페이먼트 2,771달러
▲45만달러 주택-4만5,000달러 다운페이 40만5,000달러 융자(이자율 7.25%)시 월 페이먼트 2,763달러

내년 판매량 다소 주춤하나
중간가는 10%정도 오를듯

집값 10% 상승 금리 1% 하락
월페이먼트는 거의 차이없어


그렇다면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은 어떨까. 우선 이들은 주택가 상승세가 둔화되거나 제자리에 머물 수는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예비 바이어들의 희망만큼 큰 폭의 하락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LA카운티경제개발공사(LACEDC)의 잭 카이저 수석 경제학자는 “LA카운티의 경우 주택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모자라고 이로 인해 실수요가 많은 30만 달러대 주택가의 급격한 하락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부동산협회(CAR)도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내년 캘리포니아의 집 값은 오히려 두 자리 수의 상승세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판매량은 올해보다는 다소 주춤하나 거래되는 중간주택가는 10%정도 상승, 34만 달러 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지난 9월중 LA와 오렌지카운티에서 거래된 주택의 중간가는 오히려 전년 동기 비해 16-20%나 뛰었고 거래량도 3-5% 증가했다. LACEDC 자료에 따르면 2000-2001년 LA카운티에 유입된 인구는 30만 명을 넘어섰지만 신규 주택수는 3만5,000여 유닛에 불과했다.
일부에서는 지난 90년대 초를 예로 들며 주택가 하락론을 설명하지만 그 때와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지난 91년 6월 남가주의 중간주택가는 18만9,000달러로 당시 사상최고가를 기록했지만 1년 뒤 3.3%가 떨어진데 이어 95년에는 12.1%나 폭락했었다. 전문가들은 주택가 폭락의 가능성이 희박한 근거로 40년 래 최저 수준의 모기지 금리를 꼽고 있다.
CAR관계자는 “캘리포니아 부동산 시장은 올해 전례 없는 가격상승 등 호황세를 경험했다”며 “주택시장 경기는 모기지 금리와 지역 고용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데 이런 점으로 볼 때 내년 부동산 시장도 안정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CAR 역시 캘리포니아 집 값 상승의 주원인은 공급 부족 때문이라며 캘리포니아에는 연 22만-25만 가구가 늘어나지만 매년 새로 짓는 주택은 15만 채에 불과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부동산 시장 약화론’과 별개로 바이어들이 주택 구입을 늦추는 데는 계절적 요인도 한 몫하고 있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10-12월은 주택수요가 적어 셀러와의 협상여지가 더 많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현재의 낮은 모기지 금리를 뒤로 한 채 가격이 떨어질 때까지 주택 장만을 미루는 아이디어에 대한 전문가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한마디로 ‘러시안 룰렛’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약간은 무모하다고 말한다.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경우의 득실을 따져보자. 주택가격이 10%정도(단기간에 이 정도 하락할 가능성은 없다) 떨어지고 반대로 모기지 금리가 1% 올랐다면 25만-50만 달러 주택을 10%정도 다운페이 한 경우 월 페이먼트 차액은 최고 10달러 내외에 불과할 정도로 실제 기다린 보람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표 참조). 이자율은 오르고 집 값이 그대로라면 오히려 손해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바이어들은 무엇보다 금리 동향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LACEDC의 잭 카이저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내년 하반기 중 연방기금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으며 이럴 경우 모기지 금리도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럴 경우 2003년 하반기에는 모기지 금리는 7% 이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전문가는 “금리 인상 조짐이 보인다면 인상 전 재빠르게 주택구입을 할 것”을 조언하기도 했다.
<이해광 기자> haeklee@koreatimes.com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