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집값 더오르나 낙관론 vs 비관론

2002-10-1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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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 전망을 놓고 경제학자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많다. 한 쪽에서는 버블론을 제기하는가 하면 다른 쪽에서는 버블은 없다고 반박한다. 앞으로 집을 사거나 팔아야 하는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이는 초미의 관심사. 앞으로의 부동산 시장의 향방을 보는 낙관적 전망과 비관적 전망을 소개한다.

<낙관론>
증시 슬럼프타고 안전투자처로 버블현상 일부지역에 국한
이자내려 수요충분 매기에도 활발 양도소득세 먼제늘어 소유율 높여
오름세 둔화돼도 큰영향 없어

지난 2년간의 주가폭락을 바라보면서 일부 주택 소유주들은 부동산 시장이 다음 차례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미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최근 집값이 두 자릿수 상승세를 이어가자 일각에서 걱정 어린 시각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역사는 우리 편’이므로 걱정할 이유가 없다. 다수의 경제학자들이 이 견해에 동조하고 있다. 지난 40년간 미 전국의 평균 집값은 새집과 기존주택에 관계없이 매년 가격이 올랐다. 버블이 생겼다 꺼지기는 했지만 일부 지역에 국한된 것이었다.
80년대에 텍사스는 유가폭락으로 집 값이 곤두박질쳤고 90년대에 가주는 90년대에 국방예산 삭감으로 비슷한 경험을 했다. 뉴욕도 10여년 전 금융산업 침체로 부동산 가격이 바닥까지 내려갔다. 올 상반기 집값이 4% 하락한 샌호제를 비롯 실리콘밸리 일대가 닷컴 업계 몰락과 함께 현재 겪고 있는 부동산 시장의 냉각도 유사한 사례다.
대부분 지역의 집값은 오름세가 다소 둔화될 수는 있지만 반대방향으로 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부동산 시장이 현재의 경제기조와 상관없이 가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국 혹은 지역으로 거품의 존재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증시가 어려우니까 다른 곳에도 버블이 존재하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게 마련이다.
낮은 모기지 외에도 부동산 시장을 지탱할 수 있는 요소는 많다. 우선 증시의 슬럼프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주택을 안전하고 매력적인 투자처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97년의 세법 개정으로 대다수 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양도소득세가 면제된 점도 미국인들의 주택 소유율을 높이고 있다. 물론 증시가 살아나면 집값 오름세가 한풀 꺾일 수는 있지만 이는 경제가 회복되는 경우이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 역시 탄력을 받게 된다.
웨스트 LA, 북가주, 뉴욕, 보스턴 등 일부 지역이 실업률 증가시 가격 조정기를 거칠 수는 있지만 설사 더블딥이 온다 해도 모기지 이자가 4%대로 떨어지고 여전히 충분한 수요가 존재할 것이므로 주택시장의 활기는 계속 유지될 것이다.
물론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감원이 증가하면 집을 팔려고 내놓는 홈 오너들이 늘고 가격이 조금 내릴 수는 있지만 폭락사태는 오지 않을 것이다.
미 전국적으로 부동산 시장에 버블은 존재하지 않으며, 대부분의 대도시에도 버블은 없다.


<비관론>
이자내리고 실업률 증가되면 수요점차 줄어 가격하락불러
모기지 연체 늘고 차압급증 융자심사 강화 리스팅 기간 길어져
부동산 시장 열기 급속히 식을듯

미 부동산 붐을 떠받쳐 온 요소들에 금이 가면서 주택가격 상승이 멈출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수년간의 부동산 활황은 다양한 요소들이 한꺼번에 맞아떨어져 빚어진 현상이다. 낮은 이자율, 낮은 실업률, 완화된 신용 기준, 매물 부족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제 일부 요소들이 변화조짐을 보이고 시장의 약세를 보여주는 지표들이 부상하기 시작하고 있다.
서부와 동부지역에서 가장 확연한 현상이지만 애틀랜타, 라스베가스, 덴버, 휴스턴, 투산, 찰스턴 등 대도시의 집값도 1998년 초이래 무려 58%나 치솟았다. 반면 수입 증가는 이보다 크게 낮은 16%에 머물렀다. 14% 수입 증가에 81% 주택가격 상승을 기록한 지역도 있다.
이같은 소득증가와 집값 상승 사이의 심한 불균형은 많은 지역에서 첫 주택 구입자들을 시장 밖으로 몰아내게 된다. 이는 주택 수요의 도미노 현상을 중단시켜 결국에는 가격을 하락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유일한 동력원인 낮은 이자에 따른 부동산 시장 붐은 이자가 오르기 시작하면서 끝날 것이다. 현재 30년 고정 모기지가 6% 이하대인 이자율이 0.5%P만 상승해도 무려 200만명의 바이어를 중간 가격대 주택시장에서 몰아내게 된다.
모기지 상환 연체율이 기록을 갈아치울 태세이고 차압절차에 들어간 모기지가 사상최고인 1.23%에 이르면서 렌더들의 융자 심사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렌더들은 이미 세금보고 서류를 통해 수입을 입증하지 못하는 신청자들에 대한 심사를 까다롭게 하고 캐시 아웃 재융자의 수수료를 올렸다.
렌더들은 최근 수년간 다운페이먼트를 많이 요구하지 않고 수입에 비해 액수가 큰 융자를 허용하는 등 유연한 자세를 보여 주택 소유율을 지난해 68.1%까지 끌어올렸었다.
매물도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집을 신축하지 않을 경우 모든 리스팅을 파는 데 걸리는 시간이 3.9개월이었으나 현재는 5개월로 길어졌다. 다시 말해 집값 상승을 주도해 왔던 인벤토리 부족 현상이 개선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전국적인 부동산 시장 붕괴 가능성은 적지만 주택가격 상승이 너무 가파르고 실업이 크게 증가하는 지역에서는 부동산 시장의 열기가 급속하게 식게 될 것이다.

<김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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