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필사의 ‘홈 스위트 홈 구하기’ 작전

2002-09-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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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에서

가끔씩 전화를 걸어오는 타일랜드 친구로부터 즐거운 목소리의 전화가 걸려왔다. 그녀는 잡다한 문제로 곧잘 내게 전화를 건다. 그냥 답답할 때 수다 떨고 싶은 마음은 그네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은가 보다.

그런데 이번 용건은 6년 전 그녀의 남동생 이름으로 샀던 자기 집을 드디어 그들 부부의 이름으로 바꾸겠다고 만나서 의논하잔다. 만날 약속을 정하면서 그녀와 나는 함께 그야말로 ‘옛말하면서’ 감격(?)하고 행복해 했다.

6년 전 어느 날 집 페이먼트를 못해 쫓겨나게 된 막다른 상황의 그녀를 처음 만났다. 그런데 막상 모든 상황을 알아보니 은행과 협상을 한다거나 어떤 방법을 취하기에는 너무 때가 늦었던 걸 알았다. 바로 내일 아침이 경매 날짜고 그녀가 이 상태를 회복하기 위해 지불해야 될 돈은 연체로(late charge), 벌금, 법률비용 등에 세금 선취특권(tax lien)까지 있어 5만달러가 넘었다.


그보다 더 기막힐 일은 그녀의 생활방식은 꼭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돈 매니지먼트를 잘못한 듯했다. 레스토랑을 몇 개씩하고 벤츠 SUV를 끌지만 그러면서도 집 살 때 다운페이먼트는 적게 할수록 현명한 거라고 누가 그랬다나. 너무나 정리가 안 돼 있고 은행에서 그동안 통지가 여러 번 왔을 텐데 어떻게 그 지경까지 되었는지 본인들은 그렇게 중요한 건지 몰랐단다. 그녀는 내게 울면서 죽어도 그 집은 놓칠 수 없다며 여러 가지 추억과 태국에서 손님들이 많이 오는 이유 등 강한 애착을 보였다.

그러나 그 상황에서는 일단 이사를 갈 수밖에 없고, 나는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 다시 그 집을 사게 해주겠노라고 약속했다(그녀의 남동생은 크레딧 좋고 보험회사의 매니저였다). 결국 경매는 이루어졌고 그 때부터 나는 그 집을 갖고 간 동부의 은행을 찾아내 시간차 때문에 새벽에 일어나 전화 걸고 여러 날 노력한 끝에 모든 절차가 끝나는 한달 후 얘기하자는 답변을 받았다.

그 때부터 오퍼를 넣고 오퍼가 성사되기까지 미국의 동부와 서부(Local Agent까지)를 전화로 수없이 왕래해 셀러인 은행쪽이 원하는 조건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기에 최대한 그들의 요구를 충족시켜 오퍼를 성사시켰다. 우여곡절 끝에 그야말로 ‘라이언 일병 구하기’처럼 그녀와 가족들이 사랑하는 ‘홈 스위트 홈 구하기’에 성공했고 그들은 감격에 겨워 다시 이사를 들어갔다.

그동안 나는 참으로 초조하고 진땀 날 지경이었다. 그녀는 나만 믿는다고 보채지만 그 집은 이미 진열대 위에 올려진 상품 같아서 누가 사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정확한 루트를 찾아 되돌린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 인연으로 그 후 그녀는 시누이 부부, 친구들, 형제들에게 나를 ‘요술쟁이’로 소개했고 몇 건의 숏 페이오프와 복잡한 케이스를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었다.
이 일을 하면서 그녀도 나도 많은 교훈을 얻었고, 그 뒤로는 그녀도 생활에 무리하지 않고, 페이먼트도 절대로 늦는 일이 없었고 이번에 다운 페이먼트를 많이 하고 그들 부부 이름으로 주택 명의를 바꾸게 됐다. 이런 것이 진정한 보람이 아니겠는가.

수잔 황
<시티 부동산>

(213)380-5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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