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차고 전성시대

2002-09-1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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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멋진문, 커스텀 디자인…

요즘 주택을 구입할 때나 리모델링할 때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챙기는 것은 넓고 우아한 침실이다. 그 다음에는 밝고 깨끗하고 아름다운 부엌 그리고 생활공간으로 사용하고 싶을 정도로 넓고 호화로운 욕실이다. 그러면 그 다음 순위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차고다.

주택구입·리모델링 순위침실·부엌이어 차고 3위부동산가치 상승에 한 몫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요즘 차들은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등 과거보다 크다는 것이다. 차 3대를 주차할 수 있는 차고 공간이 어느새 기본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또한 차고 방향은 대부분 길을 향하고 있다. 볼품 없이 단조롭고 덩치만 큰 차고는 집의 외양을 손상시켜 싸구려처럼 보이게 한다.

“교외 지역을 살펴보면 특징 없는 공허한 백색 차고 문의 연속을 발견할 수 있다. 결코 포근하다거나 환영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건축가 글렌 퐁은 강조한다.

퐁은 최근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있는 자신의 집 차고를 새롭게 단장했다. 우아하고 고풍스런 느낌을 내기 위해 삼나무 표면처리가 된 목재 차고 문을 달았다.
차고만을 독점적으로 다룬 통계는 없지만 차고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우스 엔드 가든’ 잡지 최근호는 차고를 특집으로 취급했다.

garagedoorsrus.com를 비롯, 고급 차고문의 판매와 설치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들도 상당수에 달한다.

위스콘신주 리버폴스에 있는 대표적인 고급 디자인 차고 문 조달업체 ‘디자이너 도어스’의 매출액은 1996년 62만3,500달러에서 작년엔 무려 1,000만달러로 증가했다.


차고에 대한 관심과 비중이 크게 높아지면서 차고를 방으로 개조하는 추세는 급격하게 사라지고 있다.

최근 집계된 주택 리모델링 통계에 따르면 단독 주택 소유주의 7%가 지난 2년 동안 차고를 추가 건축했다. 반면 같은 기간에 차고를 방으로 개조한 사람은 응답자의 불과 1%에 지나지 않았다.

“요즘에는 차고 없는 집을 팔기가 어렵다”

전국 주택건설협회의 연구책임자 고팔 알루왈리아는 말한다.

멋진 차고를 만드는 작업은 과거에 비해 훨씬 수월해졌다.
차 한 대용 차고든 열 대용 차고든 부동산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는 관련 제품과 공사 업체들이 많이 생겼다.

“주택의 가격을 원래보다 1만달러나 1만5,000달러 정도 비싸게 보이게 하는 과히 비싸지 않은 방법이 있다”

워싱턴 DC에서 주문 제작된 목재 차고 문을 판매하는 마이클 틸먼의 말이다.

주택 소유주와 주택 개량을 원하는 사람들의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각각의 주택 스타일에 맞는 차고를 설계, 시공하는 건축 및 건설업체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애틀랜타에서 개최된 전국 주택건설업협회 컨벤션에서는 차고 건축에 관한 세미나가 열리기도 했다. 이 세미나는 플로리다주 보카래튼에서 차고 건축을 전문으로 하는 퀸시 존슨이 마련한 것이다.

“어떤 지역에서는 주택과 차고의 모양들이 너무 천편일률적이기 때문에 주민들은 차고 도어 오프너를 누른다. 차고 문이 열리는 집이 자기 집인 것이다.”
존슨은 약간 과장조로 이렇게 말했다.

기존의 차고 문을 개조하거나 새 집의 차고 문을 집만큼 멋지게 만들고 싶어하는 고객이 늘어나는 추세는 차고 디자인에 대한 관심 증가를 나타내는 것이다.

“5년 전만 해도 차고에 신경 쓰는 사람들은 별로 많지 않았다. 수요가 없었기 때문에 이처럼 전국 주택건축 컨벤션에서 세미나를 여는 것은 물론 상상도 못했다”

존슨은 덧붙인다.

그러나 요즘은 어떤가.

널판자를 연속으로 이은 과거의 차고문과는 달리 요사이는 차고 문에 아름다운 창이나 문양을 삽입하고 있다. 심지어는 온수와 냉수, 냉난방 시설, 배수 장치까지 돼 있어 차고에서 세차를 하게 설계된 것도 있다. 차고 면적을 대폭 늘리지 않기 위해 또는 수집용이나 고급 차를 잘 보관하기 위해 전기 승강장치를 설치, 차를 위아래로 겹쳐 주차하는 디자인도 보급되고 있다.

조경 건축가 마틴 포와티에와 아내 로라 버넷은 샌디에고에 잇는 차 한 대짜리 차고가 있는 집을 설계하면서 차고를 넓힐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이들은 차고의 천장을 높게 디자인해 승강장치를 설치, 차 두 대를 상하로 주차시켰다. 또한 마틴과 로라 부부는 차고 진입로를 바퀴가 주행하는 면적만 시멘트로 포장하고 가운데는 잔디를 심는 1950년대의 복고풍으로 처리했다.

요즘 저택들은 차고에도 많은 돈을 들인다.

“호화차량을 가진 부자들은 집처럼 차고의 외부와 내부 치장에도 돈을 아끼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일반 주택의 대여섯 배되는 실내면적 6,000 평방피트 규모의 호화판 차고를 짓기도 한다”

디자이너도어스 닷컴의 판매 및 마케팅담당 부사장 밥 오디는 설명한다.
최근 신간 ‘Garage: Reinventing the Place We Park’(Taunton Press, 가격 32달러)는 50개의 차고 디자인을 200여장의 멋진 컬러 사진으로 담고 있다.
이 책의 저자 키라 오보렌스키는 이렇게 말한다.

“차고는 미국 주택 건축가들에게 남은 최후의 개척지이다. 차고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플로리다주 시사이드 같은 새로운 형태의 도시 개발에서는 차고가 건축학적으로 주택의 연속이고 다용도 공간이라는 개념이 강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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