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화부족 행동으로 채웠죠"

2002-06-2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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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한인본당 떠나는 성그레고리성당 양노엘 신부

성그레고리 한인천주교회 양노엘 주임신부(63)가 오는 30일자로 한인 본당을 떠난다.

97년 12월 27일 한인본당 주임신부로 부임한 후 4년 6개월 동안 새벽미사를 부활시켜 교우들과 함께 기도하며 하루를 시작할 정도로 개인의 시간과 소유를 일체 갖지 않았던 양신부는 "말이 부족하니까 활동으로 채웠다"며 특유의 미소와 함께 "할 일을 다해 기분이 좋다"고 떠나는 소감을 밝혔다.
"4년 이상 같은 성당에서 사목하면 새로운 생각, 새로운 내용이 없어집니다. 교우들이 좋아서 사목 기간을 연장했지만 지난 6개월 동안 새로운 도전은 하나도 없었지요"

교구 허가가 있어야 하겠지만 개인적인 바램으로 호스피스 운동을 하고 싶다는 양신부는 죽음밖에 희망이 없는 한인노인들이 편안하게 죽음을 맞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2년전 성그레고리 성당 건너편에 주택을 확보하고 교구청에 ‘순종의 집’ 설립허가를 신청해놓은 상태다. 한인본당내 연령회와 함께 무연고자 장례와 양로원 순회방문 고해성사에 앞장서왔던 양신부가 혼신을 다해 도전하는 또 하나의 사목. 주머니에 있는 것을 다 내주고도 또 줄게 없나 뒤져보듯 베풀기만 좋아하는 양신부의 성격이 그대로 반영돼있다.


"해마다 200명의 교우들이 세례를 받은 것이 성그레고리 한인본당 주임신부로 사목하면서 가장 큰 보람이었다"고 말하는 양신부는 "예배자들도 좋은 사람들이 많아 교우들 모두가 성당의 일꾼"이라며 "앞으로 성그레고리 본당이 한인교회가 되는 영광이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양노엘 신부는 1938년 아일랜드에서 태어났고 골롬반 수도회 신부로 63년 서품을 받았다. 64년 한국에 파견된 뒤 21년간 한국 교우들을 위해 사목했던 양신부는 군사정권시대에 노동 사목에 앞장섰다가 고문과 출국 명령을 받는 고초를 겪기도 했다. 84년 밸리천주교회, 88년 성그레고리천주교회 본당 보좌신부를 역임했고 90년 이후 샌디에고 천주교회, 리버사이드 천주교회, 옥스나드 천주교회 본당신부를 지냈다.

저서로는 사순절 강론집 ‘우리에게 주시는 양식’, 대림 강론집 ‘하늘과 땅의 만남’ 등이 있고 30일 송별식에 맞춰 새로운 강론집인 ‘열두 광주리’가 출간된다.

한편 양노엘 신부 후임으로는 1.5세 사제인 정현철(알렉스) 신부가 부임, 7월1일부터 성그레고리한인천주교회 미사를 봉헌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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