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외국인 노동자 인권 지킴이”

2002-06-2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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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민주·통일문제 등이 신앙과 결코 무관하지 않습니다”
6·15선언 행사에 초청돼 LA를 방문한 이해학 목사(57·한국기독교장로회 주민교회)는 나누며 섬기는 삶을 사는 별난 사람이다.

해방 무렵 전북 순창에서 독실한 기독교인 어머니에게 태어난 이목사는 고학으로 중·고교를 졸업한 후 65년 한일협정반대시위에서 경찰의 개머리판에 머리를 맞고 8시간만에 깨어나면서 학생운동에 투신, 파란만장한 인생을 시작했다.

“한신대 재학시절 재야 종교지도자 함석헌옹에게서 역사신학을, 장준하 선생에게서 민족신학을 배웠다”는 이목사는 73년 1월 수도권 특수지역 선교회(위원장 박형규 목사)가 민중선교를 위해 성남지역에 파송한 빈민운동의 선구자다. 당시 설립한 성남시 소재 주민교회의 30년 역사는 역사의 향방을 맨 앞에서 선도하고 역사의 저항을 받으면서 살아온 이목사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민주개혁국민연합 의장,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공동대표, 자주평화통일민족회의 상임의장을 겸하고 있는 이 목사는 민주화운동, 통일운동의 최선봉에 서서 구속과 수감, 투옥생활을 수 차례 거듭했고 지금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파수꾼으로 공동체 운동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94년 주민교회 지하실에 개소한 ‘외국인노동자의 집·중국동포의 집’(소장 김해성 목사)은 이목사가 전개하고 있는 생명공동체운동의 근원지. 외노집은 노동, 의료, 생활상담 등 각종 상담과 쉼터 운영, 한국어와 컴퓨터교육 및 지원활동, 나아가 법적 제도적 개선을 위한 투쟁에 이르기까지 하는 일도 다양하다.

“초창기인 96년 10만 명이던 한국내 외국인 노동자가 최근 공식집계만 30만 명이고 불법체류자까지 포함하면 50만 명은 족히 넘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모두들 높은 수수료를 지불하고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입국하지만 임금체불, 폭행, 성폭행 등의 이유로 직장을 탈출해 불법체류자가 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이들 중에는 중국 출신이 가장 많고 동남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출신의 노동자들이 뒤를 이어 2000년 조선족과 한족을 위한 구로센터를 신설했고 현재 1,000명의 노동자들이 구로센터를, 300명이 성남센터를 이용하고 있다.

“힘들고 더럽고 위험스러운 일을 하는 이들은 사망률도 높아 장례식을 하루에도 두세 번씩 치릅니다. 살해, 자살 등 사건 처리를 위한 시체해부도 1년에 수십 건에 달하죠”라고 말하는 이목사는 미처 조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유골상자들이 교회에 가득하다고 덧붙였다.
주민교회 연락처 (031)755-2404 웹사이트 www.jumin.org.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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