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옷도 안벗고 진찰요구 진땀 대부분 난생처음 의사 손길”

2002-05-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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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간 다녀온 인터콥 의료선교단

▶ 새벽부터 500 ~ 600명 장사진 피부병·전쟁공포증 환자 많아

남가주 한인교계에서 멕시코를 비롯, 중국, 또 아프가니스탄이나 파키스탄 같은 모슬렘 국가 등까지도 의료선교단을 속속 파송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4월30일 아프가니스탄을 향해 출발했던 인터콥 LA지부(지부장 윤광열) 의료선교단이 약 2,000여명을 진료한 후 되돌아왔다.

인터콥 LA 지부에 속한 의료선교팀은 소아과 의사 윤삼혁씨, 외과의사 안영국씨, 마취과 의사 윤광열씨와 한의사 나순경씨, 남지은씨와 간호사 이춘실씨, 이계을씨, 6명의 보조요원(인터콥 사역자들)등 13명으로 구성되어 아프가니스탄의 샤베르감에서 무료진료 활동을 벌였다.

이들은 우즈베크 공화국의 수도 타슈켄트로 입국한 후 전쟁중 폐쇄됐다가 6개월 전 오픈된 아프간 국경다리를 건너 북부동맹의 거점 미자라샤립으로 들어갔다. 다시 사역지로 선택한 샤베르감으로 이동, 진료 본부를 설치한 후 5일 동안 인근 동네를 순회하며 수많은 환자들을 진료하고 약품을 전달했다.


이들에 따르면 전쟁으로 폐허가 된 땅에서 제대로 샤워를 하지 못해 주민 대부분이 옴 등 피부병을 앓고 있었으며 성인들은 전쟁공포로 인한 신경성 질환이 많았다.

일생 한번도 의사를 만나지 못한 사람들도 많았으며 하루에 최고 300명 이상은 진료할 수 없는데도 새벽부터 500~600명이 몰려왔다. 따라서 진료 순서를 적은 티켓을 나눠주고 줄을 서서 기다리게 하고 나머지는 되돌려 보내야 하는 경찰이나 현지 관계자들이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일부 환자들은 질병으로 고통을 호소하면서도 의사 앞에서도 얼굴과 몸을 다 가리고 진료해 줄 것을 요구하는 바람에 의사들이 “의사는 남성이나 여성이 아니라 의사일 뿐”이라는 사실을 설득하느라 애를 먹기도 했다고 이들은 전했다.
인터콥 LA지부 의료선교팀은 선교라는 목적을 밝히지 않고 NGO 단체인 I.A.C.D(Institute of Asian Culture & Development)를 통해 입국하여 활동을 벌였으나 예배와 식사기도, 찬송가로 하나님의 사랑을 간접적으로 전달했다.

윤삼혁 박사에 따르면 의료팀들이 한국어로 찬송할 때마다 현지인들도 함께 손뼉 치며 음을 따라 불렀으며 진료활동이 끝난 후에는 주지사와 보건관계 공무원, 아프간 의사들이 함께 만찬을 베풀며 진료팀에 감사를 표시했다. 윤 박사는 답사를 통해 “우리도 50년 전 전쟁이 발발했을 때 세계 여러 국가의 군인들과 구호단체들의 큰 도움을 받았으며 이렇게나마 그 사랑을 갚는 기회가 된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한편 중앙아시아 등 주로 회교국가들을 대상으로 선교하는 단체인 인터콥 LA지부는 의료선교팀 파송 외에도 의약품과 구호품을 모아 두 개 컨테이너를 보낸 바 있으며 한 컨테이너 발송에 드는 송료 5,000여달러는 1차는 청운교회(담임 이준만 목사)가, 2차는 여러 교회에서 모금된 지원금으로 충당했다.


<이정인 기자> jungi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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