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LA카운티.. 인종, 계층간 갈수록 분리

2001-05-0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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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SC보고

▶ 20세기후반 부동산가격 상승영향, 끼리끼리 몰려사는 경향 짙어

부동산 가격의 상승 등의 영향으로 LA카운티가 갈수록 인종적 계층적으로 분리되고 있으며 이 같은 추세는 LA의 앞날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최근 발표된 USC 보고서가 우려했다. USC 도시·정치사학자인 필립 에딩턴이 작성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샌퍼난도 밸리 분리 운동도 이 같은 추세의 연장선상에서 나오는 것이다.


일반인들이 볼 때는 LA카운티는 다양한 인종 전시장으로 ‘샐러드 바’니 ‘멜팅 팟’이니 하는 얘기들로 그럴듯하게 포장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최근 수십년간의 LA카운티의 변화를 면밀히 살펴볼 때 그려지는 그림은 그렇게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LA카운티 주민들의 인종별 거주 지역이라는 면에서 LA카운티의 모습을 해부한 USC 보고서에 따르면 LA카운티는 20세기 후반을 지나면서 인종적 계층적으로 매우 분리주의적은 경향을 뚜렷이 보여왔다.


이 같은 분리주의적 경향이란 한 마디로 말한다면 LA 도심에는 소수계 블루 칼러들이 몰려 살고 이들에 비해 부유한 백인들은 LA 외곽으로 빠져나가는 것인데 이 같은 경향은 궁극적으로 비즈니스 여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LA는 한인·멕시칸 및 엘살바도르 출신 이민자들로서는 최대의 이민자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을 정도로 많은 인종들이 몰려 살고 있다. 그러나 각 인종집단이 끼리끼리 몰려 사는 경향은 20세기 후반부로 접어들수록 더욱 짙어졌다.

예를 들어 히스패닉의 경우를 보면 1960년에 이들이 센트럴 LA에 살면서 백인 이웃과 부대끼며 살 가능성은 38%였으나 1990년대에 이 같은 가능성은 8%로 떨어졌다. 마찬가지로 1960년에 샌퍼난도 밸리 지역에 사는 흑인이 백인 이웃을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은 65%였으나 요즘 이 같은 가능성은 13%로 떨어졌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USC의 도시·정치사학자 필립 에딩턴은 "문제는 인종간 계층간 분리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라면서 "이민자들이 성공하면서 사회적 사다리를 오르기 전에 잠시 인종집단별로 떨어져 사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같은 인종 분리에 따라 발생하는 가장 대표적 현상 가운데 하나가 인너시티에 커다란 히스패닉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같은 인종적 계층적 분리가 발생하는 중요한 이유가 부동산 가격의 상승인 것으로 보인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샌개브리엘 밸리를 제외한 LA의 모든 지역에서는 높은 부동산 가격과 백인 집단 거주지역의 형성이 강력한 상관관계가 있다. 샌개브리엘 밸리에서만은 부동산 가격의 높고 낮음에 어떤 특정 인종집단의 집단 거주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었다.

샌퍼난도 밸리 지역 주민들이 LA로부터 떨어져 나와 독자적인 행정단위가 되려는 움직임도 이 같은 인종적 계층적 분리가 가져온 결과다.


샌퍼난도 밸리 지역은 분리가 된다 해도 소수계 인구가 많지만 분리 후 남겨지는 여타 LA지역에 비해서는 부유한 백인들이 훨씬 많이 산다. 근본적으로 이들 부유한 백인들이 가난한 소수계를 도와주기 위해 부담을 지면서 LA에 남아있고 싶지 않다는 것이 샌퍼난도 밸리 분리운동의 핵심적 이유라는 사실에 이들 연구자는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에딩턴은 "이 같은 분리운동이 성공하면 LA는 결국 가난한 소수계가 주류를 이루는 도시로 수축될 것이며 LA는 디트로이트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샌퍼난도 밸리 분리운동 같은 것은 그 자체로서도 문제지만 나아가 LA 지역 전반에 비슷한 움직임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커다란 잠재적 문제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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