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먼저 렌더와 상의를"

2001-04-26 (목)
크게 작게

▶ 페이먼트를 못낼 사정이라면...

▶ 모기지 융자업체 ‘패니매’ ‘프레디맥’ 차압방지 각종 편의 제공

경제가 본격적인 불경기로 돌입할 것이냐 아니냐를 놓고 이견이 분분한 가운데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지난 주 또 다시 전격적인 금리인하를 감행, 올해 들어서만 무려 2%포인트나 금리를 내렸다. 경기둔화가 가져오는 냉정한 현실은 경기둔화의 현실적인 희생자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경기둔화로 인해 페이먼트를 제대로 하지 못해 집을 잃게 되는 주택소유주들을 얘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렌더들은 예전과 달리 경제적으로 곤경에 처한 주택소유주나 크레딧이 나쁜 주택구입 희망자들을 도와주기 위해 노력한다.


지난 한달 동안만 해도 미국 기업들은 경기둔화에 대비하기 위한 방책의 일환으로 무려 16만3,000명의 일자리를 정리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규모는 한달 단위의 통계로서는 1991년 불경기이래 최대 규모에 해당하는 것이다. 바야흐로 대량 감원이라는 시한폭탄의 초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번 경기 침체는 1991년에 있었던 불경기와는 달리 일자리를 잃어 모기지 페이먼트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주택소유주들의 입장에서는 선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안도한다.


주택구입을 희망하지만 취업과 관련한 문제로 크레딧에 문제가 있는 바이어들에게는 현재가 오히려 과거에 비해 현실적으로 선택 가능한 여러 방법이 있다고 이들은 지적한다. 한 마디로 2001년도는 현재의 주택소유주에게도 미래의 주택소유주에게도 부동산 시장이 전혀 과거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지난 10년간 모기지 렌더들이 경제적으로 문제가 생긴 채무자나 융자 신청자를 다루는 방식이 보다 정교해졌기 때문이다.

1991년 불경기 때의 경우를 보면 직장을 잃은 채무자에 대한 렌더의 전형적 반응은 "어려움에 처하게 된 데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그렇지만 귀하는 페이먼트를 못하고 있고 우리로서는 집을 처분하는 방법 외에는 달리 도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이 같은 상황에 처한 렌더들이 보이는 전형적 반응은 "우선 귀하가 현재 처해 있는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검토해 보겠다. 그 다음 우리와 귀하가 힘을 합쳐 해결책을 찾아보기로 하자"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1, 2위 규모의 모기지 렌더인 ‘패니매’(Fannie Mae)와 ‘프레디맥’(Freddie Mac)은 이 같은 해결책을 권고하는 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요즘은 이 같은 해결책을 채택하도록 각 렌더들에게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두 기관과 모기지 관련 비즈니스를 하는 전국의 렌더들은 차압을 피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적극적으로 시도할 것이 요구되고 있다. ‘패니매’나 ‘프레디맥’과 모기지 비즈니스를 하지 않은 독립적인 렌더들과 모기지 채무자들이 페이먼트를 제 때 하지 못해 옛날 같으면 당연히 차압절차를 밟았을 경우에 대해서도 가능하면 차압을 피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차압을 피하기 위해 렌더들이 채택하는 가장 평범한 방법은 일시적으로 경제적 곤경에 처한 주택소유주들이 일정기간 모기지 페이먼트의 일부만을 부담하도록 해주는 것. 다시 말하면 원금이나 또는 이자의 일부만을 내놓도록 하고 나머지는 연체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 주는 것인데 이 같은 해결책은 단기간 지속되게 마련이다.

규모가 다소 적은 렌더들은 대개 이 같은 연체방식의 해결책을 정식 프로그램으로 갖고 있지는 않으나 주택소유주의 개별적 요청을 가능하면 수용하기 위해 노력하기는 마찬가지다.


메릴랜드주의 주택모기지 컨설턴트 앨런 하데스터는 "요즘 같으면 정상적인 렌더들은 집을 차압하려고 하지 않는다"면서 "만약 경제적으로 문제가 생길 경우에는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리지 말고 문제가 발생했다고 여기는 즉시 렌더와 접촉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한다.

경제적으로 문제가 생긴 주택소유주를 돕기 위해 렌더들이 자주 채택하는 방법 가운데는 융자조건 자체를 변경함으로써 새로 수정된 조건에 입각해 페이먼트 스케줄을 주택소유주의 상황에 맞도록 재조정하는 것도 있다.

예를 들어 맞벌이 부부가 두 사람의 수입의 합계에 근거해 모기지 융자를 받았으나 한 사람이 직장을 잃을 경우 렌더들은 기꺼이 그 사람이 다시 직장을 잡을 때까지 페이먼트 스케줄을 재조정해 준다. 이 경우 월 페이먼트가 줄어듦으로써 발생하는 차액은 원금에 합산되기 때문에 사실 주택소유주가 결과적으로 페이먼트를 제대로 하기만 한다면 렌더로서도 잃을 것이 없다.

잦은 경우는 아니나 렌더들은 상황에 따라 금리를 낮춰주기도 한다.

지난해 1년 동안에만 해도 ‘패니매’는 일시적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정규적인 모기지 페이먼트를 하지 못하겠다고 통보해온 주택소유주를 대상으로 융자상환 계획 재조정을 인정해준 사례가 1만5,000건이나 된다.

’패니매’의 손실처리 담당 부사장인 조 새코울은 "문제에 처한 주택소유주은 렌더가 언제나 자신들을 도와줄 여러 가지 방법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우리는 국민들이 자기 집을 갖고 살도록 할 능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모든 렌더들이 이처럼 주택소유주들이 처한 경제적으로 곤경에 대해 관대하게 대하는 것은 아니다. 렌더들은 문제에 처한 주택소유주들이 단기간의 도움으로 그 같은 문제로부터 벗어나 정상적인 페이먼트 능력을 회복할 것이냐 아니냐 하는 점을 주목하며 그 같은 능력을 회복하지 못한다고 판단할 때는 단기 처방조차 인정해 주기 꺼려한다.

이 같은 경우 주택소유주들이 차압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숏세일"(short sale)에 동의하거나 렌더에게 등기부를 넘겨주는 것 밖에 없다. 그러나 이 같은 사례는 분명히 최근 들어서는 그렇게 많이 나타나지는 않는다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한다.

’패니매’는 지난해 페이먼트가 심각히 연체된 모기지 융자 사례의 53%에 대해 융자 조건을 수정해 주거나 페이먼트 플랜을 재조정해 줬다. 이 같은 비율은 1997년 33%에 비해서는 현저히 증가한 것으로 모기지 시장의 변화를 명확히 설명해 준다.

모기지 융자와 관련해 또 한 가지 눈에 뚜렷이 띄는 변화는 크레딧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도 모기지 융자를 예전에 비해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패니매’나 ‘프래디맥’이나 불과 3~4년 전만 해도 크레딧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거절했을 주택 모기지 융자 신청을 최근에는 인정하고 있다.

’프레디맥’이 지난해 크레딧이 평균 이하인 주택구입 희망자들에게 해준 모기지 융자만 186억달러에 달한다.

’패니매’나 ‘프레디맥’의 경우는 이들을 위해 특별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기도 한데 이 프로그램 아래서는 크레딧에 문제가 있는 주택구입 희망자들이 처음에는 보통 모기지 융자보다 1% 정도 금리가 높은 모기지 융자를 얻어 쓰되 2년 동안 페이먼트를 정시에 함으로써 크레딧을 쌓고 나면 모기지 융자 금리를 정상적인 수준으로 다시 낮춰준다.

이들이 주택소유주 또는 주택구입 희망자들에게 전하고 싶어하는 메시지는 한 마디로 "이제는 경제적 곤경에 처한다고 무조건 집을 잃는 것도 아니고 크레딧이 나쁘다고 집을 사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문제가 있으면 빨리 우리와 상의해 해결책을 찾자"는 것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