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지급방식, 비율 달라지고 있다

2001-03-2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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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이전트 커미션

▶ 고객에게 리베이트 지급하거나 정액 서비스료 대신 연봉방식도

주택 매매에 따른 부동산 브로커(에이전트 포함) 커미션의 규모나 커미션을 수수하는 방법에 변화가 일고 있다고 LA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최근까지 부동산 브로커들은 주택 매매 알선을 해주면서 일괄적 서비스를 해주고 커미션도 셀러로부터 6%를 받는 것이 통례였으나 인터넷의 활성화 등으로 인해 이같은 관행이 변하고 있다.


보통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집을 팔고 살 경우 셀러가 집 값의 6%를 에이전트 커미션으로 주는 것으로 돼 있으나 이 같은 비율이 법에 정해진 것이 아니라 관행일 뿐이다.

코로나 주민인 리처드 스티넷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 그는 지난해 2,500스퀘어피트 크기인 자기 집을 25만달러에 팔면서 거래를 도와줬던 부동산 에이전트를 위한 커미션으로 집 값의 4%인 1만달러를 지급했다. 물론 ‘헬프 유 셀’(Help-U-Sell) 소속인 이 브로커가 4%만 받고 거래를 도와주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스티넷은 "커미션은 4% 줬지만 브로커로부터는 ‘풀 서비스’(full service)를 받았다"고 밝혔다.


커미션 하향 조정은 이처럼 브로커가 낮은 비율의 커미션에 합의하는 방식 외에도 에이전트가 속한 부동산 회사가 셀러나 바이어에게 리베이트를 지급하는 방식도 있다.

롱비치 경찰관인 엘 살다나가 그 같은 경우. 살다나는 친구로부터 ‘집-리얼티’(Zip-Realty) 소속인 부동산 에이전트를 소개받아 자기 집을 샀는데 살다나가 이 에이전트를 한 번도 만나지도 않았고 실제 거래는 이 에이전트가 남가주에 있는 다른 에이전트와 손잡고 살다나가 집을 사는 것을 도와줬다. 살다나는 지난 1월 레이크우드에 방 3, 화장실 2개짜리 집을 22만4,000달러를 주고 샀는데 ‘집-리얼티’는 살다나에게 집 값의 1%를 리베이트로 지급, 살다나는 이 돈을 에스크로 클로징 비용에 보탰다.

부동산 전문가들에 따르면 스티넷이나 살다나는 부동산 업계에 일고 있는 새로운 커미션 수수 방식의 첨단을 걷는 사람들이다. 여기서 새 방식이란 거래액의 몇 %하는 식이 아니라 아예 거래가 얼마에 되든 일정액을 정해 놓고 하는 ‘정액 서비스’나 손님이 식당에 들어가 메뉴를 보고 음식을 주문하듯 개별 서비스료가 정해진 채로 나열된 ‘서비스 리스트’로부터 고객이 자신이 필요한 서비스를 선택하고 이 같이 선택된 서비스만을 브로커가 제공해주는 ‘메뉴식 서비스’를 말한다.

이 같은 새로운 커미션 방식은 보통은 셀러가 더 반기는 편이다. 에이전트 커미션을 셀러가 몽땅 부담해야 되기 때문. 그러나 커미션 부담이 낮아진 셀러는 그만큼 바이어와 유연하게 협상에 나설 수 있기도 하기 때문에 바이어에게도 유리할 수 있다.

일부 에이전트는 ‘셀러 직접 판매’(FSBO: For Sale By Owner)에 나선 셀러들에게 그들이 대부분 일을 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특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부분적으로 커미션을 받기도 하는데 오늘날 이 같은 ‘메뉴식 서비스’는 세대, 연령층이나 소득수준을 뛰어 넘어 바이어나 셀러 모두에게 갈수록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1999년 설립된 ‘NAREC’(National Association of Real Estates Consultants)는 약 250명의 에이전트가 소속돼 35개주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다. NAREC의 경우를 보면 커미션은 시간당 얼마씩 부과하거나, 어떤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되 소요시간에 관계없이 전체 얼마 하는 식이거나, ‘메뉴식 서비스’를 제공하고 항목별로 얼마씩 부과하거나, 이 같은 방식을 혼합해 적용한다.

그러나 남가주 최대의 브로커 회사인 ‘콜드웰 뱅커’는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부동산 거래에 따른 제반 사항이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콜드웰 뱅커는 ‘메뉴식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콜드웰 뱅커 남가주 지사장 밥 르피버는 "우리 회사의 경우는 그 같은 요청을 많이 받지 않으며 실제로는 그 반대 경향이 더 강해 부자들일수록 에이전트가 모든 것을 해주기 바란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콜드웰 뱅커 역시 이번 봄부터 전국적으로 ‘제한된 서비스’ 방식을 실험하고 있다.


이와 함께 요즘 부동산 업계에서 고개를 드는 또 다른 시도는 에이전트들에게 커미션 대신 정해진 연봉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댈러스에 본부가 있는 ‘리얼 에스테이트 시스템스’(RealEstateSystem)의 밥 맥키논 사장은 "전통적인 커미션 지급 방식에 입각한 회사-에이전트 관계는 단점이 너무 많고 이미 제대로 기능하지도 않는다"면서 "부동산 업계는 연봉제를 채택하는 방식으로 급속히 움직이고 있다"고 밝히고 "우리 회사는 연봉제를 도입한 이래 이윤이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인터넷에서 영업을 하는 많은 ‘이 브로커’(e-broker)들 역시 에이전트에게 커미션 대신 연봉을 지급하고 있다.

뉴욕에 본부가 있는 부동산회사 ‘헬프 유 셀’(Help-U-Sell)이나 네바다주 리노에 본부가 있는 부동산회사 ‘어시스트 투 셀’(Assist-2-Sell) 같은 회사도 에이전트에게 커미션 대신 연봉을 지급하는 회사들이다.

경험이 풍부한 베테런 에이전트들 사이에도 커미션 방식과 분명히 결별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특정한 서비스에 얼마’ 하는 식으로 에이전트 서비스료를 부과하는 방식은 궁극적으로는 고객에게 유리한 것만은 아니고 결과적으로 고객이 전통적인 커미션 방식 때보다 에이전트 서비스료를 더 많이 내야 하는 경우도 발생시킬 수 있다고 일부 부동산 업계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또 에이전트가 이 같은 방식으로 서비스료를 부과하고 싶어도 캘리포니아주의 경우는 부동산 거래에 대한 규제법이 까다로워 이 같은 법적 규제를 헤쳐나가야 하는 문제도 있다. 예를 들면, 캘리포니아주 부동산법에는 "에이전트가 부동산 거래에 직접 개입되지 않을 경우에는 에이전트가 부동산 매매 서류를 작성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는데 상담·분석·협상에 대한 지식을 제공해주는 대가로 서비스료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을 경우 합법적으로 이 제안에 입각해 비즈니스를 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메뉴식 서비스’ 부상

덴버에 있는 부동산 자문회사가 발행하는 간행물 ‘리얼 트렌즈’(Real Trends)의 공동 편집장인 로리 무어무어는 "고객의 요구와 필요가 변하는 문제와 이익의 문제가 어우러져 부동산 업계의 관행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르게 말하면 에이전트 커미션의 하향조정이나 커미션 수수 방식의 변화는 부동산 시장에서도 경쟁의 심화가 가져온 필연적 결과로 실제로 지난 1990년대는 미국 역사상 가장 주택시장이 가장 활발했던 시기였으나 전국적으로 다수의 부동산 회사는 이익이 계속 떨어지는 현상을 목격해야 했다. 이 같은 사실은 통계적으로도 뒷받침되는 현상으로 ‘리얼 트렌즈’에 따르면 현재 전국 500대 부동산 회사의 평균 이익률은 총 수입의 4% 수준으로 10년 전의 8%에 비하면 반으로 떨어졌다.

이 같은 현상에는 중간가로 측정되는 주택 거래가의 상승도 일조했다. 거래되는 집 값이 비싸지면서 커미션은 내려갔다는 얘기다. ‘리얼 트렌즈’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대도시 지역의 많은 곳에서 커미션은 거래가의 5% 선을 기록했는데 이로 인해 부동산 에이전트도 부동산 회사도 모두 이익이 떨어졌다.

’메뉴식 서비스’의 채택이라는 점에서 보면 부동산 업계에 일고 있는 변화는 다른 업계에 비하면 매우 늦은 편으로 은행, 여행사나 뮤추얼 펀드 회사 등은 이미 1990년대를 지나면서 ‘메뉴식 서비스’를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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